아프간 주둔 美사령관 "철군후 내전 가능성…힘든시기 올수도"

2021-06-30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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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가운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철군 이후의 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콧 밀러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29일(현지시간) 철군 이후 아프간이 혼란 상태로 전락할 수 있는 폭력 상황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내전의 길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밀러 사령관은 특히 적절히 통제가 안 되면 전투에 합류한 지역 민병대가 과거의 민족적 대립과 전장에서의 폭력적인 행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아프간 평화 정착의 또 다른 장애물로 아프간 정부와 정치 엘리트 사이의 지속적인 불화와 정치적 파벌주의를 지적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과 정적 지도자들의 통합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매우 힘든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WP는 "밀러 사령관의 언급은 탈레반이 아프간 북부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면서 "아프간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과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그의 평가는 두드러지게 비관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지만, 철군이 가시화하면서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득세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예정대로 철군 시한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아프간 전장 총책임자인 미군 사령관이 철군 이후의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밀러 사령관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철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지만, 철군이 수개월 간의 격렬한 전투로 이미 무리한 상태인 아프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아프간 영토와 사상자에 대한 손실 등을 거론하면서 "현재 아프간의 안보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48시간 사이에 탈레반은 수도 카불의 북쪽 및 남쪽 두 지역의 일부를 점령했고, 서쪽 지역 보안초소 일부에도 공격을 감행하는 등 수도를 최근접 거리에서 에워싸기 시작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하고 있다.

현재 탈레반은 아프간 370개 지구 중 140개 지구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또 다른 170개 지구에서 활동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라흐마툴라 나빌 아프간 전 국가정보국장은 "탈레반의 전략은 카불 진입 직전까지 밀어붙이면서 주도는 물론 도시를 둘러싸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들은 지금 평화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도 밀러 사령관은 철군 일정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직은 공습 등 아프간군을 지원할 능력과 권한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백악관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미군이 철수해도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아프간인들은 자신의 미래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은 미군 철군 완료 6개월 이내에 가니 정부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바이든은 철군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