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피한다면 탈레반 정부 인정"

2021-08-17     최종원 기자
16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여성 권리를 존중하고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운동을 피할 경우에만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17일 AFP통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앞으로 아프간의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그 정부의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이는 탈레반의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테러리스트를 숨기지 않는 일, 인구 절반인 여성과 소녀를 포함해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의 중요성을 언급한 뒤 "이것이 우리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정부"라고 밝혔다.

그는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의 아프간 특사가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계속 협상하고 있다고 한 뒤 "논의 일부는 건설적이었다"며 "탈레반에 관한 한 그들의 말을 듣기보다는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탈레반에 항복한 뒤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를 아프간의 대통령으로서 여전히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국제사회와 협력할 일"이라며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또 "정치 상황이 매우 빨리 변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정권 이양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가니가 아프간을 떠남에 따라 미국의 외교적 초점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 협상 지원에서 폭력 방지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앞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린 회의에서 "세계는 무거운 가슴과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혼돈, 불안, 불확실성, 두려움 등을 실시간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아프간 모든 당사자, 특히 탈레반이 생명을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요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금은 하나로 서야 할 때"라며 "국제사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보장하기 위해 단결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 어렵게 얻은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가 보호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방송에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말하고,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면서 15일 밤에는 곳곳에서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현지 방송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프간 1TV는 밤이 되자 수도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하고, 외교관들과 아프간 관리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간 공항 근처에서도 총격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