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완전 독립' 자평했지만... 경제난·국제사회 압박 등 과제

2021-08-31     최종원 기자
31일(현지시간)

현지시간 30일 밤 11시 59분 미군 철수 마무리로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종식됨에 따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통치 2기'도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됐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31일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우리의 손에 들어 왔다”며 “탈레반은 이제 새로운 정부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탈레반 대변인들도 알자지라TV 등 여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완전히 아프간을 떠난 뒤 지금은 탈레반이 전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중동과 중앙아시아 군사작전 책임자인 프랭크 맥킨지 중부사령관은 이날 미군의 마지막 비행기가 카불 공항에서 이륙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9·11 테러로 촉발된 아프간 전쟁은 20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다만 국제사회 신뢰 회복, 인력난 해소, 경제 복구 등 난제가 안팎으로 산적한 상황에서 탈레반이 장기집권할지는 불확실하다. 탈레반은 앞서 카불에 유엔이 관리하는 중립지대를 만들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도 거절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집권했다가 9·11테러 후 미국의 공습으로 정권을 잃었다.

농촌 지역으로 밀려난 탈레반은 하지만 꾸준히 세력을 불렸다.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총공세에 나섰고 지난 15일 수도 카불까지 장악했다.

이후 탈레반은 지도자 회의 등을 열며 새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며 통치 2기를 준비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지난 20년간 구축된 사회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빨간 불'이 들어온 분야는 실물 경제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마자 물가는 폭등했고 정부 기관과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는 급증했다. 은행에는 돈을 찾으려는 인파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와중에 해외 원조마저 끊어지고 있어 위기는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아프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

탈레반의 장악 직후 일찌감치 무너진 행정, 군사 등 정부 시스템도 상당 기간 복구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미 낙후됐던 의료 시스템도 완전히 망가지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상임이사국 중 미국·영국·프랑스의 주도로 이뤄진 결의안에서 탈레반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인권 존중, 테러와의 전쟁 등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피를 원하는 사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게끔 카불에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안보리에 제안했지만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