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 풍향구역 담합 정황...한화건설, 설계도 없는 무성의 제안

2021-10-20     박순원 기자
한화건설이

한화건설이 광주 풍향구역 재개발 사업에 조감도와 평면도·단지 배치도 등 기본 설계도서 없이 입찰했다. 제안서 속 문주는 지난 2019년 광주 계림3구역 재개발 조합에 제안했던 디자인에서 이름만 바꿨다.

이에 현장에선 한화건설이 재개발 사업 수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유찰을 방지해 포스코건설 컨소시엄(포스코건설·롯데건설)의 수주를 도우려고 들러리 서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재개발 사업이 최초 입찰에서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할 경우 해당 입찰을 유찰시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화건설이 입찰하면서 풍향구역 시공사는 유찰 없이 뽑히게 된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풍향구역 재개발 조합에 조감도와 평면도·단지 배치도 등 기본 설계도서를 제외한 내용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풍향구역 입찰 지침에 맞춰 제안서를 작성했다“며 ”조감도와 배치도는 제안서에 필수로 들어가야 할 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계도 없는 시공 제안서는 업계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 받는다. 풍향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 1조원이 투입돼 총 3000여 세대 아파트를 짓는 대형 사업이라 다양한 설계가 나올 수 있는 곳인데 시공사가 단치 배치도를 제시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에게 어필이 될 수 없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설계도 없는 제안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며 “대안설계가 제한되는 특수한 구역의 경우 원안만으로 공사하기 위해 설계도를 넣지 않을 수 있지만 풍향구역은 그런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공사의 입찰 목적이 사업 수주에 있다면 설계도는 당연히 제출됐어야 했다”며 “한화건설이 들러리로 참여해 상대사의 수주를 돕는 일종의 담합 행위를 벌이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통상 재개발 입찰 마감 직전 건설사들 사이에선 일종의 딜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도 시공사는 제안서의 형태를 갖춰 입찰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화건설 제안서를 살펴보면 단지 문주는 광주 계림3구역 재개발 사업에 제안됐던 디자인이 이름만 바뀐 채 실려 있는 등 무성의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광주 계림3구역은 풍향구역과는 공사비와 세대 수 등 사업규모가 크게 달라 같은 조경이 적용되기 어려운 구역이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행위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실제 신고사례는 적은 편이라 입증은 어려울 수 있다고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공사가 경쟁력 없는 제안서로 입찰해 사업 유찰을 방지하고 경쟁사의 수주를 돕는 담합 행위는 종종 있는 편”이라며 “이런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데 조합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접수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이라 입증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