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마왕 故신해철이 영면해 있는 유토피아 추모관 "변모하는 장묘문화에 앞장서다"

"모차르트, 엘비스 프레슬리 추모공간 같은 K컬쳐 순례지로"

2021-11-02     최문수 기자
유토피아

화장이 일반화 된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수백년간 이어져 내려온 매장 문화가 중요한 관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마다 묫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해, 이젠 매장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의료사고로 사망한 가수 故신해철의 추모식이 열릴 즈음이면 유족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유토피아 추모관을 방문해 그를 기린다.

매년 10월 27일 故신해철의 공개 추모식을 가졌다. 7주기를 맞은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공식 행사를 진행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들만의 다양한 모습으로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며 추모를 이어갔다.

비대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故신해철의 추모를 위한 방문과 헌화가 이어지는 반면, 미처 방문을 하지 못한 이들은 그의 묘소에 헌화 및 추모물품 전달을 유토피아 추모관에 부탁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비대면으로 여전히 그를 기리고 있는 모습이다.

유토피아

故신해철을 비롯해 마포구 방화사고 현장에서 잠든 이웃을 대피시키다 숨진 ‘초인종 의인’ 故안치범 의인, 배우 정다빈, 혼성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본명 임성훈) 등 많은 이들이 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유토피아 추모관은 지난 2003년 개관한 이래로 변모하고 있는 장묘 문화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유토피아 추모관의 설립자인 우원기 회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내용은 추모관 설립을 통해 우리나라 장묘문화를 바꾼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장 중심의 장묘 문화가 긴 세월 깊이 뿌리내려 왔다. 특히, 전통적인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화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있다. 그러나 매장 중심의 장묘 문화는 토지 이용 문제 등 사회적 우려도 동반한다. 더욱 ‘공동묘지’를 기피 시설로 여기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자리를 잡고 있어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화장률은 30%대에 불과했으나 우 회장은 1990년대 후반 유럽 여행을 다니던 중 화장 및 납골문화가 유럽 전반에 일반화된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 도입하여 장묘 문화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당시 화장 문화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했던 게 우리나라 전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 회장은 죽은 이를 기리기만 하는 추모관이 아닌 산 자도 편안히 쉬다갈 수 있는 추모공원을 조성하여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에 그는 지난 2000년 공사를 시작으로 유럽형 설계와 최첨단 시설로 2003년에 유토피아 추모관을 세웠던 것. 이 추모관은 종교에 간섭받지 않고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봉안당으로 탄생했다.

추모관 곳곳에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꿔 장묘 문화를 바꾸겠다던 그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1만 8000평 부지에는 봉안당을 비롯해 수목장, 야외 조각형 가족 안치단, 유택동산, 인공폭포, 분수대 등으로 죽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관광 명소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IT 기술을 접목해 예배와 제사를 진행할 수 있는 영상시스템도 적용되어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직접 방문이 어려운 유가족은 비대면으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엘비스 프레슬리 등 유명인의 죽음을 기리는 해외의 추모공간에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유토피아 추모관은 국내에서도 기존 장례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고 추모관이 하나의 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의 거듭되는 확산세로 인해 관광 산업이 침체된 상황. 전 세계 각국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K컬쳐 인기에 힘입어 유토피아 추모관이 또 하나의 순례지로 거듭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