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에너지 대란이 몰고 온 '요소수 대란'...뾰족한 해결책 있을까

중국·호주 외교적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중국의 에너지 대란 중국산 요소에 크게 의존하던 자국에도 영향 미칠 것, 정부는 미리 예상 못했나

2021-11-08     김나연 기자
[출처=연합뉴스]

'요소수 대란' 문제가 차츰 진정될 것인가 더 악화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사실상 요소수 공급이 부족하게 된 일차적 이유는 이미 많이 알려진대로 중국의 '수출 제한' 때문이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비료 부족'과 같은 중국 내부적인 상황 문제가 크다.  최근 국제적으로 석탄의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 내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요소 생산이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한편 중국과 호주의 '외교적 원인'에서 이번 이슈가 불거졌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이 호주와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미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과 호주의 외교적 갈등은 지난 2018년 호주가 화웨이의 5세대 이동 통신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에 맞서 중국도 수입규제로 호주와 부딪히기 시작하며 호주에서 생산된 목재, 와인, 구리, 석탄 등은 모두 수입 제한 대상이 됐다.

중국 역시 석탄 수입의 약 20%를 호주에 의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호주와의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고 이에 따라 석탄 부족 현상이 발생하게 돼 전력난과 요소 대란이 발생했다.

결국 중국의 에너지 대란은 곧 요소 생산 부족으로 이어졌고 요소 생산이 부족해지며 중국이 수출 물량을 줄이자 중국산 요소에 크게 의존하던 우리나라에서도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현재 우리나라의 요소수 부족 사태는 중국 내부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국제 관계 및 외교 문제에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10년 전 국내 요소 생산 공장이 철거되며 자체 생산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나라 차량용 요소의 97%는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 게 제대로 풀어가는 것이며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는 "요소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 채널을 가동해 중국에 우려를 전달하고 수출 전 검사 조기 진행 등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 밝혔다. 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들도 중국 외 러시아 등에서 요소를 들여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경제적 제재와 외교적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완벽한 해법이 없다고 말하며 '그저 상황에 맞는 선택과 최선의 방법을 잘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에 대응하고자 이번 주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 리터를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시장 교란 행위들을 막기 위한 요소·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금일 0시부터 올해 말까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를 상대로는 수만 톤 수준의 기 계약분을 중심으로 신속한 수출통관 절차 진행을 요청하는 외교적 협의를 지속 추진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산업계가 보유한 요소수 재고 파악과 이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도 확인 중이라는 전언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부의 기술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이를 차량용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정부는 신속한 공급을 위해 화물차의 배기가스 배출 등과 관련한 과도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으며 중장기 대책으로 국내 요소 생산설비 확보 방안 추진, 조달청 전략 비축 등 장기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나 요소수 가격이 이미 급등하고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앞다퉈 너 나 할 것 없이 요소수를 사들인 현 시점에서 매점매석 금지 고시는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있으며 아직 근본적인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산업계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에서 군 수송기로 2만 리터를 들여오는 것은 그저 급한 불 끄기 수준"이라며 "요소수가 바닥난 상황이라 정부의 긴급 공수는 도움이야 되겠지만 추가 조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요소수를 직접 사용하는 업종으로는 철강과 화력발전, 시멘트 업계 등인데 이들 모두 요소수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산업용의 차량용 전환 검토를 위한 산업용 요소수 재고 자체도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이번에 호주에 이어 다른 요소·요소수 생산국들에서 추가 조달에 성공하게 된다면 요소수 품귀 문제는 한 고비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허나 요소수 대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과 호주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자국의 요소수 대란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을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사태 발생 이후 뾰족한 해답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를 향한 비판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수도 있는 등 정부 책임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어 재고량 파악, 판매량 제한, 판매처 지정 등 수급 안정을 위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도 이번 주 중 제정·시행할 것이라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