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비하인드] '생존자' 된 매일유업, 서울·남양 사태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2021-12-11     박영근 기자

유업 업계에 TOP 3 기업이 있다. 매일·서울·남양이다. 남양유업은 과거부터 오너가 마약 사건 및 거짓 광고 논란 등을 일으키며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엔 한앤컴퍼니에 회사를 매각한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홍원식 회장이 이를 번복하는 결정을 내려 또 다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분위기다. 그나마 순탄한 길을 걷나 싶었던 서울우유는 지난달 29일 뜬금없이 여성을 젖소로 비유하는 광고를 내보내 폭격을 맞고 있다.

매일유업이 전쟁터 속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됐다. 그러다보니 서울우유 광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오늘 10일 오전, 각종 SNS에는 남양유업과 서울우유, 매일유업을 비교하는 내용들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과거 매일유업 면접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면접관이 애 낳거나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묻길래 당황해 했더니, 면접관이 오해하지 말라며 '애 낳으면 분유 최고급으로 전액 지원 및 결혼시 휴가에 대한 입사 혜택을 설명해주려는 것'이라고 했다"는 훈훈한 글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여성 근무 조건만 보더라도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매일유업의 근무 환경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매일유업 전체 임원은 7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임원수는 총 2명으로 28.6%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직원수는 455명으로 남직원 수 2138명 대비 21.3%였다. 특히 여직원의 근속연수가 9.3년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기업 이미지를 이만큼 띄워준다면 회사 입장에선 대환영 할 법 하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의외로 소비자들이 이같은 호감과 관심을 보인 것에 대해 덤덤한 입장을 나타냈다. 오히려 동종업계 기업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악평을 받고있는 점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보였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업계가 저출산 때문에 경영상 여러모로 힘든 상황인데 남양에 이어 서울우유까지 이같은 구설수에 오르니 외로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측이 이같은 소식에 그닥 반기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최대 라이벌이었던 남양유업이 과거부터 각종 이슈로 비난을 받은 만큼, 이번 사태로 시장의 지각 변동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울우유도 광고를 통해 비난을 받고 있지만 실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지 역시 미지수다. 

관계자의 말처럼 매 년마다 신생아 출산율도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 유제품 전문 기업인 매일유업 입장에선 미래 경영의 불투명성이 점점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매일유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단백질, 베이커리 시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존 기업들의 진입장벽이 높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말 그대로 '기댈 곳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