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운용업계, TDF 수익률 경쟁 심화

디폴트옵션 제도, 국회 통과...내년 6월께 시행 예정 국내 TDF 시장, 5년 내 35조원 규모로 성장 전망 "자산운용업계, TDF 상품 수익률 경쟁 가속화될 듯"

2021-12-17     이주희 기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퇴직연금의 저수익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성장세가 가파른 타깃데이트펀딩(TDF) 시장에 대한 경쟁 구도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 9월 기준 266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조5000억원 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직접 선정하지 않은 경우, 미리 지정한 방법으로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입자가 4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된 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고 통지하면, 2주 후부터 사전지정 운용방법으로 운용하게 된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퇴직연금 사업자는 원금 보장형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했다. 이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로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대상이다. DC형은 규약 사항으로 의무 도입, IRP는 가입자가 디폴트옵션 적용을 원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해당 제도는 내년 6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허용되는 상품은 TDF, 장기 가치상승 추구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인프라펀드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특히 TDF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TDF는 은퇴연령 등 투자목표시점에 따라 위험자산 편입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펀드로, 국내 TDF 시장은 향후 5년 내 3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TDF 투자금액은 2017년 3036억원에서 올 3분기 6조1000억원으로 4년간 20배 성장했다. 

현재 TDF를 운용하는 곳은 14개사로 설정액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장 크며,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이 뒤를 잇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만 1조원이 넘는 자금 유입으로 현재 설정액은 3조원이 넘는다.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TDF 설정액은 7조3000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차지한다.

삼성자산운용 설정액은 1조5000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9000억원 수준이다. 

시장 점유율은 작지만 수익률이 우수한 곳도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자사의 TDF 상품인 한화 라이프플러스 TDF 시리즈의 모든 상품이 동종 펀드 내에서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수익률 1~3위에 안착했다. 그 중 '한화 LifePlus TDF 2045 증권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종류C-P’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6.87%로 동일 클래스 펀드 14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한화자산운용은 해당 시리즈에 대해 "미국과 유럽 주식에 전체 포트폴리오 40% 수준을 배분했고 해당 지역 수익이 펀드의 우수한 성과에 기여했다"라며 "해외 주식 투자 시 환헤지를 시행하지 않은 전략도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연금 시장의 성장에 주목해 개인솔루션본부 등 관련 본부를 신설해 사내 역량을 연금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퇴직연금사업자(증권, 은행, 보험)와 상품제공자(자산운용사, 보험 등)의 상품(펀드 등) 개발노력 등 시장 내 수익률 경쟁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번 제도 도입을 통해 퇴직연금에 본격적인 운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일시금으로 대부분 소진되고 있는 퇴직연금이 의미있는 노후 연금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키리크스한국=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