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재계 기상도] 스타트업 키우는 네이버, 올해도 AI·메타버스 '찜'한다

네이버 D2SF,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공격적 투자' 올해도 메타버스·커머스·AI 등 테크 스타트업 집중

2022-01-06     최종원 기자
네이버

정보기술(IT) 공룡 네이버가 올해도 액셀러레이터를 겸하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 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외에도 인사, 노무, 회계, 마케팅 등 전 과정에 걸쳐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초기 자금 지원이 많지 않더라도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로 다른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기 때문에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후문이다.

네이버는 자사 액셀러레이터 D2SF(D2 Startup Factory)를 통해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창업자들의 최우선 목표로 향후 주식공개상장(IPO)이나 다른 기업에 피인수되는 엑시트(Exit) 절차가 대표적인데, 이런 사례가 많지 않으니 활성화시켜보자는 차원에서 사내 벤처캐피탈인 D2SF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D2SF는 2015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비닷두(V.DO)', 뮤직 인공지능(AI) 솔루션 '포자랩스', 온라인 코딩 교육 플랫폼 '엘리스' 등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단순 투자를 넘어 M&A까지 이뤄진 사례도 있다. AI 기반의 대화 엔진 개발 스타트업 '컴퍼니 AI'와 머신러닝 기반 동영상 분석 '비닷두'는 네이버가 발굴하고 인수까지 이뤄진 사례에 속한다. 

지난해에는 메타버스, 커머스, 인공지능 분야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했다. 신규∙후속 투자를 모두 포함해 해당 기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4%(메타버스), 21%(커머스), 17%(AI)로, 총 약 62%에 이른다.

먼저 3D,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 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 D2SF가 신규 투자한 오디오테크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은 네이버 동영상 플랫폼과 공동으로 '이머시브 오디오 기술'(온라인에서 생생한 현장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오디오 기술) 등을 개발해 서비스로 구현했다. 버추얼플로우와 플라스크는 각각 고품질의 3D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고, 픽셀리티게임즈는 VR 환경에서 다수의 유저가 실시간으로 인터랙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커머스 분야에서는 새로운 온라인 쇼핑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 중심으로 투자했다. 지난해 6월 네이버 D2SF가 신규 투자한 '리콘랩스'는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3D 모델을 생성하는 웹AR 커머스 솔루션을 개발했다. 지이모션은 패션에 특화해 원단 재질, 패턴 변화 등을 실감나게 구현하는 3D 시뮬레이션 엔진으로 D2SF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투자팀에 대한 후속 투자도 이어졌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는 2017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투자를 진행했고, 물류 IT 스타트업 '테크타카' 등에도 후속 투자했다. 기존 투자팀들의 후속 투자에도 적극 참여하며, 체계적으로 성장을 지원해 네이버와의 시너지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지난해 4곳의 스타트업에 공동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리콘랩스' 외에도 물류창고용 로봇 스타트업 '플로틱', AI 기술 기반 협업 솔루션 스타트업 '썸',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 이모코그까지 4곳이다.

앞으로도 초기 기술 스타트업 발굴과 전략 투자를 더욱 공격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D2SF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65%가 창업 후 최초로 기관 투자를 유치한 곳이 네이버 D2SF일 만큼,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71%가 네이버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협력 성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애크 하이어(acq-hire·인수고용) 형태로 협업이 이어질 수 있다. 애크 하이어는 인수(acquisition)과 고용(hire)을 합친 단어로 인재를 얻기 위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창업 기조 확산으로 '인재 품귀' 현상이 가속화되자 기업들이 시작한 방식이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는 모두 인재 확보 차원의 애크 하이어 전략이었다. '비닷두'는 기술력 외에도 창업자들이 매우 우수한 인력이라는 판단 아래로 애크 하이어를 단행한 만큼 올해도 유사한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2021년에는 차세대 플랫폼에서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했고, 후속 투자에도 적극 나서 중장기적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라며 "2022년에도 학생 창업팀을 포함한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스타트업 성장 단계에 맞춰 체계적으로 성장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