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레미콘 업체 S사, 납품업체가 하급 자재 몰래 섞어도 수년간 '몰랐다'

계약업체 T사 대표 "강사 대신 쇠사 0.5% 납품해왔다" 폭로

2022-02-12     박영근 기자
ⓒ연합뉴스

최근 아파트 공사장 붕괴 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광주 화정동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에 대해 일부 목격자들은 "하늘에서 시멘트 비가 내린다"면서 시멘트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굴지의 한 레미콘 업체에 제품 원재료인 '강사'를 납품해오던 T사 대표가 양심 폭로를 했다. 

12일 S레미콘에 납품을 담당하던 T사 대표는 "우리 회사는 수년간 S레미콘과 납품 계약을 맺고 골재를 납품해왔다"면서 "3년 전부터 발생한 일이다. 우리가 B,C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는데 물량을 못채우게 되자 E제품을 대신 넣었다. 계약 위반 사항이긴 하지만 해당 사실을 품질관리 부서 실장에겐 귀띔해 그는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T사 대표는 계약서 내 제품인 '강사' 대신 '쇠사'를 0.5% 납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진을 더 남기기 위해서였다. T사 대표가 이처럼 불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S사의 부실한 품질 관리 때문이었다. S사는 24시간 시멘트 재료 납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새벽 시간 대엔 현장 인력 배치가 느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간대를 이용하면 품질 낮은 재료를 섞더라도 S사가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T사 대표는 품질관리 실장과 총 1500만 원 가량의 금전거래가 있었다고도 전했다. S사는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품질관리 실장을 인사위원회를 거쳐 징계처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S사는 T사가 문제 있는 모래를 공급한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S사는 "문제 있는 모래가 공급됐더라도 이는 단순한 계약 위반에 해당할 뿐, KS 규격 등 법령이 요구하는 기준엔 적합하고 전혀 위법의 소지가 없다"며 자사 품질엔 이상이 없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근 레미콘 업계는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시멘트 가격이 7개월 만에 20% 가까이 오르면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이로인해 몇몇 시멘트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 절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T사 대표의 폭로와 같이 낮은 품질의 자재를 섞어서 단가를 낮추려는 시도가 음지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붕괴와 같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사소한 문제라도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하는 조치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