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n] '기회의 땅'인 줄 알았는데…中진출 대기업들의 고충

中진출한 기업들 중 대기업 매출 하락 두드러져 현지 당국의 해외 기업 차별로 매력도까지 하락 SK·롯데·현대·삼성·LG 등 줄줄이 중국 사업 '철수' 남은 기업들 "거대 시장中…여전히 외면 어려워"

2022-05-02     박영근 기자
ⓒ픽사베이

지난 수십년 간 미국 기업들은 사업 확장의 최우선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의 성장세가 말그대로 무서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중산층 규모가 3.1%에서 50.8%로 오를 정도의 괴력을 보였다.

이베이·아마존·야후·구글 등 미국 기업들은 속속 중국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2022년도 현재, 중국 땅에서 살아남은 미국 기업은 극소수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베이는 2003년 진출했다가 3년 만인 2006년 철수했다. 이외에도 아마존(2004년~2019년), 야후(1999년~2021년), 구글(2006년~2010년) 등도 모두 눈물을 머금고 중국에서 빠져나왔다.

이들은 왜 중국 진출에 실패하고 두손두발 다 들고 사업을 정리했을까. 해당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한 이유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비슷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소비자들의 문화적 차이에 적응하지 못한 점 ▲당국의 엄격한 규제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중국 진출 호감도가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IET

지난달 발표한 KIET 산업연구원의 '중국 진출 기업 경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중소·대기업의 지난해 4분기 매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과 제조업은 매출이 상승 전환한 반면 대기업은 두자릿 수(119→96)로 매출이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18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특히 대기업들은 현지수요 부진·원자재 문제·환율 변동 등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이 가운데에서도 자동차·금속기계·화학 등의 업종이 현지 수요 부진을 가장 많이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력·인건비 상승에 대한 고충은 전기 전자·금속기계 등의 업종에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국 진출 10년차 이상의 한국 기업 131곳을 상대로 '최근 중국 내 사업 환경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6%가 '투자 환경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답변한 기업들 중 38.1%는 투자 환경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정부 리스크'를 꼽았다. 두 번째로 높은 답변은 '국내외 기업 간 차별'이었다. 

중국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 중 80%가 중국의 차별을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12%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차별이 가장 심하다고 답한 부분은 인허가 절차(50%)였다. 이외에도 소방·안전점검 등 각종 영업규제(21.5%), 환경 규제(14%), 금융지원차별(12.1%)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내 매력도를 상실한 국내 대가업들은 최근들어 줄줄이 중국 현지 사업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사드 보복 사태로 유통·식품 등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입자 2016년경 탈중국으로 기조를 변경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하고 기아-동벙자동차그룹 합작사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외에도 SK그룹은 지난해 6월 베이징 SK타워를 매각하고, 이듬해 8월 SK렌터카 지분 100%를 중국 도요타에 매각하면서 중국과 선을 그엇다. 삼성은 2019년 중국 스마트폰 공장 폐쇄, 2020년 PC공장 폐쇄, 2021년 중국 쑤저우 LCD 생산라인을 각각 매각했다. LG는 2021년 베이징 트윈타워를 매각하고 쑤저우 쿤산 생산법인도 정리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오전부터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겠다면서 '경제 수도' 상하이를 전면 봉쇄한 데 이어 베이징도 이동 통제를 강행했다. 당국은 이로인해 관리통제 구역 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경찰 등을 배치했다. 사실상 도시가 '락다운'이 된 셈이다.

중국 당국의 이같은 조치로 중국 제조업은 우한 사태 당시인 2020년 2월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4로 전월(49.5) 대비 2.1p 하락했다. 상하이 봉쇄로 자동차, 반도체 생산시설 가동도 중단됐다. 중국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기술력을 가진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가 기술 탈취를 당하거나, 인력 유출이 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보니 중국에서 사업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