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생존 위기'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EU 가입 가속도 속 대두되는 지뢰들

2022-06-12     최석진 기자
볼로디미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일부 나라들의 EU 가입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11(현지 시각) BBC가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이달 말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그리고 조지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를 놓고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고 몇 주 만에 과거 구소련 연방 소속이었던 이들 세 나라는 EU 가입 긴급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크라이나나 몰도바의 EU 가입은 어렵지 않게 통과될 듯하다. 그러나 조지아는 지난 9일 유럽의회의 혹독한 결의안에 발목이 잡혔다. 이 결의안을 두고 한 유럽의회 의원은 조지아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세 나라가 정치 개혁에서부터 자유무역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EU와 협력하는 ‘삼자 연맹(Association Trio)’을 구성하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의 지정학적 필요성이 대두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슬란 스테판칙 우크라이나 하원의장은 이달 초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EU 후보 지위가 부여되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힘이 실릴 것이지만 반대로 부정적 신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도바의 친 EU 성향 대통령인 마이아 산두는 지난달 유럽연합의회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몰도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하면서도 많은 몰도바인들이 집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떨어지는 폭탄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떨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EU의 결정을 앞두고 브뤼셀의 씽크탱크인 ‘유럽 연구센터(Centre for European Studies)’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가입 신청과 관련된 보고서를 편찬했다.

이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가 ‘생존의 위기(existential crisis)’에 직면해있으며, 몰도바가 그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보고서는 EU가 이 두 나라에 회원 후보 지위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회원 후보 지위는 EU 정식 가입과는 한참 거리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조지아와 관련해서는 아직은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조지아가 경제 개혁 면에서는 우크라이나나 몰도바 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 후보 국가들을 앞서고 있지만, 민주주의의 완성도 면에서는 ‘EU의 기본적 가치’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유럽연합 의회는 조지아가 민주주의와 법치 면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강력한 결의안을 지지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조지아에서 언론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언론인에 대한 위협과 박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조지아에서는 작년 여름 50명 이상의 언론 종사자들이 극우세력의 폭력으로 부상을 입었지만 정부는 주최자를 기소하지 못했다. 대신 조지아 정부는 정부를 비판하는 독립 미디어 채널 소유주에 대한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

벨기에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음타바리(Mtavari) TV 채널’의 대표인 니카 그바라미아(Nika Gvaramia)는 지난달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국제앰네스티는 이 사건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노골적 기소 행위”라고 비난했다.

“나는 정치범이고, 나의 투옥은 교묘하게 기획된 것입니다.”

니카 그바라미아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BBC에 보낸 서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은 그바라미아는 자신의 투옥이 “유럽과 함께 하려는 조지아의 미래를 방해하려는 현 조지아 정권의 공개적이고 공격적인 목표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지아 정부는 그바라미아가 저널리즘 뒤에 숨어있는 야당 지도자라고 비난하며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조지아의 집권 여당 대표는 브뤼셀의 결의안이 유럽의 가치와는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의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 총리는 이달 초 “유럽연합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가 있다.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2008년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침공했을 때는 이 세상 누구도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가리바슈빌리 총리는 당시 서방이 러시아의 행위를 눈감아주었기 때문에 모스크바 당국이 괜찮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과 올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이 촉발되었다고 주장했다.

총리는 조지아가 몰도바와 우크라이나만큼 EU로부터 인정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도 말했다.

“서방의 대답은 합당해야 하고, 공정해야 합니다.”

EU는 그루지야 정부가 약속된 개혁, 특히 사법부 독립을 이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아의 미하일 사카쉬빌리 전임 대통령과 다른 야당 인사들에 대한 조지아 정부의 처사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당시 권좌에 있었던 사카시빌리는 지난해 대선에서 야당을 지지하기 위해 정치권에 복귀한 후 체포, 구금되었다.

사카시빌리와 그바라미아는 자신들은 조지아의 유일한 올리가르히(oligarch)인 비지나 이바니시빌리의 정치 보복의 희생자라고 말한다.

러시아에서 재산을 모은 이바니시빌리는 2011년 집권 ‘조지아 드림당(Georgian Dream Party)’을 창당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당대표는 아니지만, EU는 조지아 정치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주목하고 있다.

‘국제 투명성 기구 조지아 지부(Transparency International Georgia)’는 최근 실시한 조사를 근거로 이바니시빌리가 여전히 러시아와 사업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회의 결의안은 이바니시빌리가 크렘린과 개인적·사업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고 강조하며 그에게 EU의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지도부와 가깝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나 몰도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지아 사람들도 EU 가입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EU가 대다수의 그루지야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위험을 감수할지 여부에 있다. 조지아의 현 살로메 주라비쉬빌리 대통령은 이번 주 브뤼셀에서 “유럽 지도자들이 이제 러시아의 진짜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유일한 답은 EU 가입 뿐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