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S 공포’ 속 휘청이는 韓 경제…물가상승율 ‘6% 대’ 치솟을 수도

짙게 드리워진 경제성장률 전망치…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업습 고조 이미 물가상승률 5% 훌쩍 넘겨…생산·소비·투자 모두 동반 하락 우크라전 장기화에 전방위 물가 압박…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확대 WB, 세계 경제성장률 4.1%→2.9% 하향…1970년대 상황 유사 우려 OECD·IMF·한은, 경제성장 전망치 낮춰…올 연말까지 불안 이어질 것

2022-06-12     김주경 기자
거세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되고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대규모 재정지출이 거세지면서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터져나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50년 만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이 세계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또한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도는 등 고(高)물가 시대에 진입한 데다가 올해 경제 성장률 역시 2%대에 그칠 것이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된다.

전 세계를 휩쓴 경기침체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S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내외 기관의 한국 경제 관련 전망은 계속 어두워지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은행(이하 WB)이 발표한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전망치 4.1%보다 1.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성장률 하향 주요 원인으로는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정성, 재정·통화 긴축정책 등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충격파로 에너지 시장의 가격이 급등하고 불안정성이 가속화되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까지 부채질한 것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선진국들의 통화 정책 전환으로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개도국의 재정 부담마저 높아진 상태다.

꾸준한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인플레이션 가속, 경제 성장 전망 약화, 긴축적 통화 정책에 대한 신흥·개도국의 취약성 등 측면에서 현재 경제 여건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 WB 측의 평가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우려되는 지표는 바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12일 기재부를 비롯해 한국은행‧통계청 등에 따르면 5월 물가 상승률은 5.4%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까지만 해도 3%대 후반 수준이었으나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석 달 만에 5%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6월과 7월에는 6%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경기가 활황을 보이는 것도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중 물가 상승) 공포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늘어 지난 4일 발표한 속보치(0.7%)보다 0.1%p 낮았다. 당초 한은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경제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되었다는 의미다.

4월 생산·소비·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2년 2개월 만에 전월 대비 동반 감소했다.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6%에 그쳤다. 민간소비와 설비·건설투자 모두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수출만 늘어난 것이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등 거시건전성 지표도 휘청이는 모습이다. 4월 경상수지는 8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4개월 만이다.

스테그플레이션

이에 경제전망을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7%로 0.3%포인트 낮춘 반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2.1%에서 4.8%로 2.7%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OECD는 한국 경제 전망과 관련해 “소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회복세가 둔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률이 가파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4월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치 3.0%에서 0.5%포인트 낮춘 2.5%로 제시했다. 반면 물가 전망치는 3.1%에서 4.0%로 눈높이를 올렸다.

한국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한편 중앙은행과 국내 경제 연구기관들도 올해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성장이 둔화하는 반면 물가는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성장률을 3.0%에서 2.7%로 낮추면서 물가상승률은 3.1%에서 4.5%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3.0→2.8%로, 물가는 1.7→4.2%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가 안정화되고 각종 대외 불안 요인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 경제 역시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더 큰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허진욱 KDI 전망총괄은 “올해 연말까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충격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며 “공급망 리스크가 기업 생산성에 가해질 타격이 크지 않다면 차차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면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