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X-ray] 국내 기업들, 미국發 스태그플레이션에 투자 심리 얼었다

전경련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 계획' 보고서 발표 국내 기업 28%, 올해 하반기에 투자 규모 축소 예고 재계, 고환율 등 우려에도 대미 투자 약속 이행 노력

2022-07-04     박영근 기자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이 고물가·고환율·대출금리 부담 등의 이유로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를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조짐이 나타나면서 수 조원대의 '대미(對美) 투자'를 예고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국내총샌상(GDP)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예측 모델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2분기 GDP 성장률도 -2.1%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만약 연준의 전망이 현실화 될 경우 미국은 2개 분기 연속 경제 후퇴에 빠진 셈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이상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 침체에 빠지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로인해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사실상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졌다'고 규정했다. 

미국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우리나라까지 '쇼크 웨이브(shock wave)'를 몰고오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30일 매출액 500대 기업 중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 계획'에 따르면 국내 기업 28%가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국내 대기업들이 꼽은 올해 하반기 투자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3대 위험요소는 ▲고물가 지속(30.4%) ▲글로벌 통화 긴축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22%) ▲러-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훼손(20.3%) 등이었다.

다만 조 바이든 방한 때 대미 투자를 예고했던 주요 대기업들은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아직까진 기존 계획에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입해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예고한 뒤, 최근 사실상 공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주지아주 서배너 55억 달러), SK(조지아주 포함 총 520억 달러)도 아직까진 별다른 투자 중단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우리 정부와 기조를 같이 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투자 규모를 줄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부가 아닌 대외적 위기가 불어닥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경기 침체는 단순히 1~2년 사이에 끝날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일부 기업들은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