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무정부 상태로 치닫는 스리랑카...총리 사퇴 번복- 군 비상사태- 야권지도자 대통령 출마 선언

2022-07-15     최석진 기자
시민들이

스리랑카가 국가 부도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로 1948년 독립 이후 최악의 무정부 사태에 빠져들고 있다. 해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총리를 권한 대행으로 지명하자 시위대는 대통령 집무실에 이어 총리 관저, 국영방송사 등을 점거했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대통령과 동반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던 위크레마싱헤 총리는 사퇴 입장을 철회하고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총리가 사퇴를 번복하자 격분한 반정부 시위대는 총리 관저와 국영방송 등을 점거했다가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단 풀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국가 부도 사태 속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국외로 도피한 스리랑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공식 사임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직후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에게 사임서를 이메일로 보냈다고 국회의장실이 밝혔다.

국회의장은 사임서 원본을 확인하고 헌법에 규정된 절차를 마치는 대로 15일 대통령의 사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의회는 오는 20일 고타바야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채울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여당에서는 위크레마싱헤 총리와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이, 야당에서는 사지트 프레마다사 국민의힘연합(SJB) 당수가 거론된다.

문제는 군부다. 고타바야 대통령의 해외 피신을 돕기도 했던 군부가 본격적인 시위 진압에 나설 경우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앞서 스리랑카의 야권 지도자 사지스 프레마다사는 지난 12일 야권 세력들과 회담을 가진 뒤 대통령 출마 의사를 피력했다.

프레마다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SJB 당과 야권 세력들은 대통령이 궐석이 될 경우 “내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프레마다사는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바가 있으며, 승리를 위해서는 집권 연합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프레마다사는 20년 이상 스리랑카 정치를 지배해 온 라자팍사 현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대중의 불만 때문에 집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스리랑카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6월 55%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고, 수백만 명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프레마다사는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과도 정부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고타바야

한편, SJB 당의 대표인 프레마다사는 지난 4월 총리 제안을 받았을 때 이를 거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그의 라이벌인 라닐 위크레마싱헤(Ranil Wickremesinghe)가 총리에 임명되었지만 그 또한 통합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번복함에 따라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

프레마다사는 스리랑카의 현 상황을 “혼란, 불확실, 완전한 무정부 상태”라고 묘사하며 “합치와 타협 및 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현재 외환보유고는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이 나라의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심각한 연료 부족은 대중교통을 무력화시키고,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 전력 송출 중단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주에도 연료가 부족해 학교들도 문을 닫고 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프레마다사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빠른 대안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스리랑카 경제를 2019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약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그의 당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국민을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리랑카의 경제적 병폐를 없애기 위한 계획을 솔직하게 발표할 것입니다.”

프레마다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롬보 갈레페이스(Galle Face)에 모인 시위대는 225명의 국회의원 전원이 현 상황에 책임이 있으며, 참신하고 활기찬 정치 세력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