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니 정상회담] 진전 없는 KF-21 분담금 미납 문제, 속 타는 KAI

印, KF-21 미납금 8000억원 연체… 일부 현물 지급 거론 정상회담선 "계속 협력해 나가자" 의견 교환만 KAI, KF-21 초도비행 성공에도 불확실성 지속

2022-07-29     최종원 기자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인도네시아가 연체하고 있는 KF-21(보라매) 관련 8000억원의 미납금에 대한 해결책은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5년째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KF-21 개발 분담금을 연체 중인데 이 금액만 8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납금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봤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서는 속이 타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1시간 가량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요소수 수급난 해결 과정에서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경제가 안보고 안보가 경제인 시대에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가 매우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협력이 증가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많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양국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해 전기차, 배터리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연대를 구축해나가자"라고 했다. 실제로 양국은 공급망과 경제 안보 관련 전기차, 배터리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연대를 구축하기로 협의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등 우리 첨단 산업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핵심 광물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의제가 됐어야 할 KF-21 분담금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되지 못했다. 정삼회담에선 이 문제와 관련해 "계속 협력해 나가자"는 두루뭉술한 의견 교환만 이뤄졌다. 미납 분담금의 일부는 인도네시아가 최근 수출을 통제했던 팜유 등 현물로 지급받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는 것만 전해진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부터 한국 정부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의했고 전체 사업비 8조1000억 원의 20%인 약 1조6000억 원을 10년에 걸쳐 납부할 예정이었다. 대신 한국으로부터 KF-21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 받아 자국에서 전투기 48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2017년부터 경제 사정을 들어 분담금을 연체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분담금의 30%를 현물로 납부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현물 종류마저도 현재 어떤 현물로, 언제까지 주겠다는 계획도 확정되지 않았다. 언급한대로 팜유 등 천연자원으로 예상할 뿐이다. 업계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인도네시아로부터 미납금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받을지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지급을 미루면서, 분담금 인하 또는 현물 비중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KF-21

당초 정부는 올해 1분기까지 인도네시아 측과 미납액 및 향후 납부액을 포함하는 비용분담계약서를 수정할 계획이었지만, 아직도 실무진 간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조코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KF-21 분담금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25일 'KF-21 분담금 미납 문제도 (정상회담서) 논의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여러 어젠더 논의 과정에서 자연히 그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네시아 부담분을 30% 현물로 납부하는 계약서 수정 작업이 작년 말부터 진행된 걸로 아는데 그 작업이 금년도 1분기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KF-21 사업 주체인) KAI에 인도네시아 전문가 39명이 파견돼 일하는 것을 미뤄봤을 때 KF-21 사업에 관한 인도네시아의 협력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본다.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질문에도 "인도네시아가 조기에 어떠한 구체적인 노력을 가시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대로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인도네시아는 KF-21 외에도 T-50 고등훈련기 16대, 잠수함 3척 등을 도입하는 등 우리나라의 방산 최대 수출국 중 하나다. 정상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이 "국방·방산 협력은 양국관계의 또 다른 핵심 축"이라며 방산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방산 협력 파트너로서 미납금 납부를 강하게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분담금 문제 해결 지연은 개발 기업인 KAI의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 KF-21 시제 1호기가 지난 19일 첫 비행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국내 최대 방산업체의 저력을 발휘했지만 수천억원이 얽힌 분담금 문제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

KAI가 사실상 공기업을 형태가 띄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KAI의 지분은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26.41%, 국민연금공단이 7.81%를 가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높은 구조조정을 시사한 바 있어 정부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

여기에 정권이 교체되면 KAI에 문외한인 정부 관계자들이 '코드 인사'로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됐다. KAI 내부 관계자는 "KAI 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두 친정부 인사로 채워져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며 "사기업인데도 대주주가 수출입은행인 만큼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KAI 홍보실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분담금 협의를 하자며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고 현업에서도 조코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후속으로실무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