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조건없는 대화" 제안에… 北대사 "여건 조성부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만찬서 짧게 대화 尹정부 첫 남북 조우, 대화 필요성 언급에 '불가' 입장

2022-08-06     장은진 기자
박진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남북 외교 고위당직자가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첫 조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냉랭한 현 주소를 재확인하는 씁쓸함을 남겼다.

6일 외교부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안광일 북한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에게 조건 없는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제안했으나 '여건 조성이 먼저'라는 입장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지난 4일 프놈펜 CICC 행사장에서 열린 각국 대표 환영 만찬에 참석해 안 대사를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와 관련해 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당시 박 장관이 안 대사에게 "조건 없는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서 비핵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고, 안 대사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취지로 짧게 답했다고 전했다.

박진

 박 장관은 지난 4일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로 대(對)한국 수출규제 철회를 비교적 분명하게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서 비롯된 보복성 조치였던만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모두 참여한 5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선 대만해협을 놓고 주요국간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이나 일본이나 또 우리의 입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것이 미국의 일방적인 행위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책임을 미국이 져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지지 않았나. 중일 설전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박 장관은 ARF 전에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해협 문제 등을 거론했다. 박 장관이 언급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이라는 표현은 통상 미국과 일본이 대만문제에 대한 중국의 행태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해 자주 쓰는 표현으로 박 장관의 이같은 표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키리크스한국=장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