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FOCUS] 시멘트 값, 3개월 만에 또 인상…건설‧레미콘업계 “해도 너무 한다” 성토

삼표시멘트, ‘9.4만원→10.5만원’ 11.7%↑…한일시멘트도 9월 15% 인상 시멘트 업계1위 ‘쌍용C&E’ 인상대열 합류?…후발주자 동참여부 관심사 쌍용C&E 등 시멘트업계, 올 2월 15~18% 인상…5월부터 인상분 반영 레미콘업계, 가격 ‘1년 2차례’ 인상에 ‘반발’…“안 되면 단체 행동 불사” 건설업계도 하소연…“원자재값 압박 이해하나 업계 분위기도 고려해야”

2022-08-08     김주경 기자
시멘트

시멘트 핵심 원재료로 잘 알려진 유연탄 값이 좀처럼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멘트업체들이 단가 인상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 업체들이 시멘트 가격 인상 초읽기에 돌입했다.

삼표시멘트와 한일시멘트 등 시멘트사들은 최근 레미콘 업체에 공문을 보내 가격 인상안에 대해 통보한 것으로 확인된 것. 이에 따라 나머지 시멘트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쌍용C&E를 포함한 삼표시멘트‧한일시멘트 등 시멘트 업체들은 유연탄 등 원자재 비용압박이 심해지면서 현재 가격 수준으로는 ‘생산 원가를 버텨낼 수 없는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이렇게 되면 최근 1년간 시멘트 가격이 두차례에 걸쳐 인상되는 것인 만큼 레미콘 공급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어 건설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표시멘트는 시멘트 가격을 톤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레미콘 업체에게 발송했으며, 한일시멘트 역시 시멘트 값을 다음달부터 톤당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15%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인상분 적용 시기는 9월 출하 물량부터다.

삼표시멘트 측은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계속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지금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선박 운임료가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경영비용을 절감해 버텨보고자 했으나 전방위적인 원가상승 압박을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 역시 “유연탄 가격 폭등이 업계 전반에 가해진 충격은 생각보다 커서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회사 경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연탄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고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 비용, 전력비 상승이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원도

최근 삼표시멘트가 올 하반기 가격 인상을 알린 가운데 쌍용C&E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할지도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선 유연탄값 등을 감안해 쌍용C&E 역시 올 하반기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쌍용C&E은 2개 분기 연속 ‘어닝 쇼크’를 기록하고 있어 가격 추가 인상설을 뒷받침하는 양상이다. 유연탄을 비롯해 주요 원가가 급등하면서 1‧2분기 연속 실적 쇼크를 경험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쌍용C&E가 거둬들인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억원에 불과했다.

2분기 잠정집계된 연결기준 매출은 4863억원으로 16.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2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 대비 34.4% 급감한 수치다. 이는 증권업계가 전망한 컨센서스(잠정 전망치) 836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390억원으로 무려 45.6% 줄었다.

이는 올해 초 적용됐던 가격 인상안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쌍용C&E는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7만 8800원에서 9만 800원으로 올렸다. 이에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과 이른 장미 등이 겹치며 출하가 줄었으나 판매단가가 오르며 매출이 늘어났다. 다만 유연탄 등 주요 원가 인상분 대비 판매 가격 인상폭은 미진했던 탓에 이익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성신양회 등 나머지 시멘트사들도 시멘트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조만간 업계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멘트사들이 이번에도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유연탄·물류비·전력비 상승이 명분이다. 특히 시멘트 제조비용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급등이 경영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시멘트

앞서 시멘트업계는 연탄 가격 상승과 환경관리 비용 증가, 안전운임제 상승 및 선박 유류비 증가 요인을 가격 인상명분으로 내세워 지난 2월 시멘트 가격을 톤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 올렸다. 2월에 올린 인상분은 지난 5월 반영됐다.

한편 건설업계와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사들의 가격 인상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불경기인 상황에서 시멘트 업계가 1년에 두 번이나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만약 시멘트 업계가 예정대로 인상을 강행하면 올해만 시멘트값이 30%가량 오르게 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가 2월에 가격 올려달라고 요구해서 5월부터 가격을 올려줬음에도 3개월 만에 또 인상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처사”라며 “유연탄 가격이 시멘트 원가의 40%를 차지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으로 인상해야 하는 근거는 정작 공개하지 않은 채 공문을 통해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가격을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 역시 “한 해에 가격을 두 번 올리는 건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재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시멘트업체 내지 레미콘사들의 하소연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운 만큼 결과론적으로는 가격 인상 요구를 결국 수용해야 하는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사현장에서는 앞으로도 원자재 상승 압박이 계속돼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분양자들이 떠안는 구조가 될 것”고 전망했다.

서울

레미콘사들이 또다시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레미콘 업체는 시멘트사들이 쏘아올린 가격인상 조짐에 최악의 경우 또 한 번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견지한 바 있다. 더는 시멘트업계나 건설업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미다.    

첩첩산중 레미콘 업체들은 최근 인상된 운송비 부담마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지난달 파업에 나선 이후 수차례 협상 끝에 2년에 걸쳐 운송료를 24.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운송료는 기존 회당 5만6000원에서 올해 7700원, 내년 6000원을 인상해 총 6만9700원으로 오르게 된다.

회수수 관련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회수수 처리비용은 레미콘 운송료의 50%에 달한다. 회수수란 현장 타설 후 믹서트럭에 남은 폐수인데, 처리 장치가 있는 레미콘사까지 운반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건설사와 가격 인상방안을 놓고 협상테이블에 마주해야 하는 점도 레미콘사들 입장에서는 압박이 크다. 업종 특성상 영세 레미콘사들은 건설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레미콘 업체들은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 5.1% 인상을 수용한 이후 건설업계와 7개월 간의 줄다리기 끝에 그해 12월 레미콘 단가를 4% 인상됐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레미콘업계는 가격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회 관계자는 “레미콘 업계가 가격 인상 자체를 반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레미콘업체들은 자잿값이나 운반비 원가가 얼마인 지 모르다보니 적정 인상분을 가늠할 수 없다보니 답답함을 호소한다”고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궁금해하는 원자재값 상승분은 정작 쉬쉬하면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레미콘사들 역시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에 치이다보니 한계에 달했다. 레미콘 업계 내부적으로 강력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최악의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