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떼는 증권사들, 사명변경 실효성 있나

CI·간판 교체 등 수억원대 비용 유발…"업황 부진 상황에 과한 투자"

2022-08-11     장은진 기자
여의도

최근 증권사들이 사명에서 '금융투자'나 '투자증권'을 떼고 '증권'만 남기는 식으로 간판을 교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사명 변경을 추진하거나 완료한 곳은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3곳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연내 사명변경을 목표로 고객·직원들에게 새로운 회사이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제 2의 창업'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신한금투의 새 사명은 '신한증권'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가 사명에 들어가는 하나금융투자도 비슷한 이유로 '하나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하나금투'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키로 결정했다. 과거 '하나대투'에서 사명 변경한 지 약 7년 만에 일이다. 

하나증권이 새로운 사명에 '금융투자' 명칭을 제거한 이유는 본업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 증권사가 해외진출 시 금융투자(Financial Investment)로 표기할 경우 벤처투자회사로 인식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하나증권은 새 사명에 '증권사(Securities)'를 붙여 이를 해결했다.

다올금융그룹도 지난 3월 KTB금융그룹에서 현재 명칭으로 교체하며, 증권 계열사인 KTB투자증권의 사명을 다올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증권업계에서 사명 변경은 종종 있는 일이다. 지난해만 해도 미래에셋대우가 미래에셋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메리츠종금이 라이선스가 만료되면서 메리츠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증권사들이 사명을 변경할 경우 간판 및 CI 교체, 마케팅 변경 등 최소 수백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실제 지난해 사명변경을 진행한 미래에셋증권은 566억원 상당의 비용을 사용했다.

막대한 비용을 사용하지만, 실효성이 크게 드러나진 않는다. 또 대내외적 요인들로 인해 증권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지나친 지출은 자칫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 업황 자체가 부진한 상태에서 회사의 사명 변경한다고 실적이 나아지거나 할 순 없다"면서 "오히려 과한 투자로 내실을 다져야 할 시점을 놓쳐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