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총수 친족에 '사실혼 배우자' 포함

공정위,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개정

2022-08-11     최종원 기자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도 슬하에 자녀가 있으면 동일인의 친족으로 판단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공정위 측은 이에 따라 기업집단의 과도한 수범의무가 완화되고,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11일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입법예고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동일인과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는 것이다. 혈족 5~6촌 및 인척 4촌이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친족에 포함한다. 

현행 시행령은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 인식에 비해 친족 범위가 넓고, 핵가족 보편화·호주제 폐지 등으로 이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아 기업집단의 수범의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사실혼 배우자가 계열회사의 주요 주주로서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고 있는 경우에도 공정거래법 상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되는 규제 사각지대가 있었다. 상법이나 국세기본법 등 주요 법령에서는 사실혼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고, 주요국에서도 경제 법령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본 점으로 비춰 보면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친족 등 특수관계인과 계열회사 범위가 합리적으로 개편돼 과도한 기업부담을 개선하면서 제도의 실효성도 제고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집단의 친족 수는 절반 가까이 감소하지만, 계열회사 수에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5월 기준 총수 있는 60개 집단 친족수가 8938명에서 시행령 개정 시 4515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예상이다. 단, 사실혼 배우자도 동일인 관련자로 명시하되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위해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되도록 규정했다.

SM그룹

이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가 기업집단 제도상 친족 범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김희영 씨와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T&C재단은 '동일인 관련자'로 돼 있지만 현행법상 친족은 아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김 이사장은 내년 대기업집단 지정 때 총수의 친족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우오현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이자 SM그룹 2대 주주 격인 김혜란 씨도 해당된다.

공정위는 외국인이어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 집단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이번 시행령에 담을 계획이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미국과 통상 마찰을 우려해 추가 협의를 요청한 끝에 무산됐다. 이에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내년 5월1일에도 동일인 지정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경제계·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신속하게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특수관계인 등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거나 거짓자료를 제출할 경우 제재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