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감시자' 칭하던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노조에 '노동법 위반' 인용 요구

SPC그룹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로 제품 불매 운동 확산 가맹점주협의회 "노동법 위반 근무시간 조정 이해해 달라" SPC 측 "가맹점주협의회가 단독으로 보낸 공문, 무관하다"

2022-11-07     안정은 기자
ⓒ화섬식품노조

SPC그룹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SPC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이 가운데, 애도를 표하며 내부 감시자라 칭하던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가 노동법과 노사협정과 상관없이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카페·제빵 기사들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7일 행복한 동행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공문을 통해 양 노조에게 노동법과 노사협정을 떠나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제빵·카페 기사들의 근무시간을 점주와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SPL 사망사고 이후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으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다는 이유다.

공문에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측의 불매운동이 진행되는 동안은 매출 저하가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SPL 직원의 사건이 맞물리면서 '아닌 밤중에 몽둥이찜질'을 당하고 있어 양 노조에 협조요청을 드린다"고 말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이어 "가맹점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노동법이나 노사협정의 내용을 떠나 각 점포의 제빵·카페 생산량에 비례해서 기사들의 근무시간을 점주와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바라 마지않는다"면서 "요즘 과반이 넘는 점포가 점심시간 이전에 익일 생산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다. 점주들과 기사들의 일터가 사라질까 염려가 된다"고 전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는 가맹점주협의회가 기업이 아닌 근로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섬식품노조는 "장사 잘 될 때는 노동법을 무시해가며 착취하고 노조 때려잡기에 가담하더니,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이 아닌 근로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달 22일 입장문을 통해 '불매운동으로 인해 SPC그룹의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 역시 애도를 표하며 공감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빵을 생산할 수 있도록 내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SPC는 가맹점주협의회가 보낸 공문은 회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가맹점주협의회에서 보낸 노조 측으로 공문은 맞으나 회사로 보낸 공문이 아니라 자세한 내용은 본사에서도 확인이 어렵다"며 "가맹점주협의회에서 진행하는 모든 내용을 회사에서 알 수 없으며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안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