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방한] '제2의 중동붐' 기대... 조 단위급 26개 양해각서 체결

에쓰오일·현대로템·롯데정밀화학·삼성물산·포스코·두산 등 협력 파트너로

2022-11-17     최종원 기자
이창양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기업, 기관은 이에 맞춰 삼성물산, 현대로템 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위기로 실적 부진을 겪는 우리 기업들에 호재가 될지 관심이다.

■ 에쓰오일 샤한 프로젝트, '한-사우디 투자 포럼'으로 탄력

17일 정부에 따르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산업부와 사우디 투자부가 주최한 '한-사우디 투자 포럼' 참석해 환영사 및 MOU 체결식 등을 진행했다.

포럼에선 단일 외국인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 간 EPC 계약, 현대로템과 사우디 투자부 간 네옴(Neom) 신도시 철도 협력, 키디야·홍해 지역 미래도시 건설에 최첨단 3D 모듈러 공법 적용 협력, 국내 5개 건설사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그린 수소 등 신에너지 협력 등 26개의 계약 또는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에쓰오일의 2단계 샤힌 프로젝트 EPC 계약은 70억 달러(약 9조 2580억원)에 달하는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를 뜻하며 오는 2026년까지 울산 공장 내 스팀크래커 시설과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공정을 증설해 연간 최대 320만t 규모의 석화 제품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 현대로템, 롯데정밀화학, DL케미칼…사우디 현지 사업 강화

현대로템은 사우디와 고속철도·전동차·전기 기관차 등 철도차량 제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특히 사우디 철도청에서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고속철 구매사업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차세대 수소기관차도 함께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롯데정밀화학과 DL케미칼 등 석유화학 기업도 사우디 현지에 정밀화학, 합성유 공장을 건설하며 생산거점으로 삼을 예정이다. 제약(지엘라파), 게임(시프트업) 분야에서도 사우디 투자부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물산, 한국전력, 남부발전, 석유공사, 포스코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사우디 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및 그린 수소, 암모니아 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열병합(한국전력) 및 가스·석유화학(대우건설), 가스절연개폐장치(효성중공업) 등 분야에서도 계약이 체결됐다. 제조 분야에서는 주조·단조 공장건설(두산에너빌리티), 산업용 피팅밸브(비엠티), 전기컴프레서(터보윈) 계약이 이어졌다.

■ 오일머니 40조 원대 투자금 확보…'제2위 중동 붐' 예고되나

총 26건 협약의 사업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가 한국 기업들과 총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각 협약의 사업 규모가 조단위로 시작하는 만큼 재계에선 1970년대 건설업 주도로 일으킨 중동 특수에 버금가는 '제2의 중동 붐'이 일 수 있다는 기대가 이어진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회복 국면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 칩4·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등 보호무역 가속화로 국내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3분기에 국내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법인세비용 차감 후)은 2분기 대비 37%(연결 기준) 급감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와의 공격적인 MOU 체결이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들에 단비가 될지 주목된다. 산업부 측은 "앞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를 조선, 자동차,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첨단 제조업과 에너지 협력을 넘어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교육, 보건, 문화, 서비스 등 전 산업을 망라하는 전방위 경제협력 관계로 확대 발전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