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방한] 빈 살만 기다리는 재계 총수들…회동은 '비공개'

658조원 '네옴시티' 구상, 관련 논의 가능성

2022-11-17     최종원 기자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7일~18일 1박 2일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국내 재계 인사들과 비공개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3년 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과 만남을 가진 바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티타임 겸 만남을 갖는다.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사우디로부터 요청을 받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Neom City)' 구축을 위해 국내 기업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건설되는 첨단 미래 신도시로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658조원)를 들여 사막과 산악지역 2만6500㎢ 면적을 인공도시로 변화시키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빈 살만 왕세자가 기획하는 '비전 2030'의 주요 사업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6년 '비전 2030'이라는 경제개혁방안을 발표해 사우디 경제의 높은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로 했다. 국내총생산(GDP) 중 민간부문 기여도를 당시 40%에서 2030년까지 65% 수준까지 증가시키는 데 있다.

[사진=심준보

석유 사업은 대표적인 탄소다배출 업종으로 최근 탄소중립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등 글로벌 기조와는 다소 역행하는 산업이었다. 탄소중립을 표방하는 네옴시티에 초고속 통신망과 신재생에너지, 모빌리티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사우디는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에 회동에서 인공지능(AI), 5G 통신, 수소, 미래항공모빌리티(AAM), 태양광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의견이 교환될 수 있다. 삼성은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하는 등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SK는 친환경 에너지, 현대차는 수소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한화는 태양광 사업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지도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9년 6월 26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선례가 있다. 당시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승지원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빈 살만 왕세자의 숙소인 롯데호텔에서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승지원 사례처럼 비공개 회동인 탓에 어떤 현안이 오고갔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 등 언론계는 물론 그룹 회장을 보좌하는 실무진들도 보안을 이유로 회동 자리에 동석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그룹 홍보실에서도 자사 회장과 왕세자의 회동 사실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입장 표명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마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 회의처럼 빈살만 왕세자와 그룹 회장들 외엔 무슨 이야기가 오고갈지 알 수 없다"며 "사업 이야기만 오고가기 보다는 왕세자와 개인적 친분 관계가 있는 이재용 회장을 필두로 친교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