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평가 방식 바꾼 KB증권, '거수기 길들이기'?…독립성 훼손 '우려'

사외이사 평가방식, 이사회 상호평가·자기평가·회사평가로 세분화 KB증권 "추가된 것은 상호평가뿐...객관성 및 공정성 제고 위한 것"

2022-12-12     장은진 기자
[출처=KB증권]

KB증권이 이달 개정한 사외이사 평가항목을 두고 자칫 이사회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와 개인평가로만 이뤄지던 사외이사 평가항목에 회사평가 부문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사회 승인 아래 내부규정인 '지배구조규정 18조(사외이사에 대한 평가) ②항' 문구를 최근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평가는 자기평가, 이사회 평가로 나누어 실시한다'였던 18조 ②항은 '평가는 이사회 평가, 자기평가, 회사 평가로 나누어 실시한다'로 변경됐다.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평가한다는 것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같은 KB증권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존 사외이사 제도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 투명성과 투자자 이익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들은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감독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이런 사외이사들의 재선임 여부 등을 판단할 평가자료에 회사의견이 공식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은 자칫 외부인사 길들이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해당 사내규정이 개정된 배경은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회사평가 항목의 경우 기존 이사회평가에서 내부적으로 이뤄졌던 것인데, 여기에 상호평가를 추가해 이사회 평가(상호평가), 자기평가, 회사평가로 방식을 세분화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신설된 것은 상호평가인 이사회평가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혔다.

사외이사에 대한 회사평가는 과거부터 이뤄졌다는 것이 KB증권 관계자의 주된 설명이다. 또 회사평가 또한 이사회와 위원회 출석률 등 정량적 지표를 이용한 정성평가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이라면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해야하지만 '사외이사 평가' 기준에 대해선 명확한 법이 없다. KB증권도 마찬가지다. 기준 설정은 회사 입맛에 따라 가능하다.

KB증권은 이사회 독립성에 대해 상호평가와 정성평가 두가지를 내세웠다. 허나 국내의 경우 이사회가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사회 상호평가의 경우 자칫 내부입장을 반영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KB증권 이사회내에 대규모 사외이사진 물갈이가 있었는데, 그 전 분기 사외이사들이 반대표와 기권표를 던진 일이 있다"면서 "그 일 이후 사내규정까지 새롭게 개정한 것은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만들기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