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자회사 수장 '물갈이'로 새판 짠 신한금융...'세대교체'에 방점

신한카드·신한라이프 모두 세대교체…문동권·이영종 부사장 각각 내정 예상 밖 신한라이프 성대규 대표 교체…지주 회장 변화 영향 받은 듯

2022-12-21     김수영 기자
[사진출처=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가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교체했다. 신한카드 임영진 대표의 경우 최장수 CEO였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지만 통합과제를 완수하고 신사업 활로까지 개척한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의 교체는 예상 밖의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그룹 내 기여가 높은 주력 계열사의 변화를 꾀하는 한편 비주력계열사는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읽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신한금융지주는 신한라이프·신한카드 등 주력 계열사 CEO를 모두 교체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했다.

차기 신한라이프·신한카드 대표 후보로는 이영종 부사장, 문동권 부사장이 각각 후보로 내정됐다. 이영창·김상태 공동대표 체제였던 신한투자증권은 김상태 단일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이들 후보들은 내년 3월 예정된 각사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으로, 신한지주가 각사 지분을 모두 100% 보유하고 있어 이번 인사는 사실상 확정이다.

차기

이번 인사에서는 주력 계열사의 CEO가 대부분 교체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신한금융의 연결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지분 기준)은 4조3783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2조5925억원으로 기여도가 가장 높고, 비은행 계열사 중에선 신한카드가 5877억원, 신한투자증권 5704억원, 신한라이프 3696억원 순이다.

신한금융의 4개 주력 계열사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은 모두 CEO가 교체된 셈인데, 새 그룹회장으로 선임된 진옥동 회장이 안정을 염두에 둔 결정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괄적으로 대표진 교체를 단행하면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지주가 대부분 계열사 지분을 100% 보유한 형태라 지주 의사는 절대적”이라면서도 “한 번에 대표진을 물갈이 해버리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일부만 교체한 뒤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 성과 적지 않은데 교체 이유는

의문점은 있다. 3연임을 했던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의 경우 업계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만큼 교체가 유력시 됐지만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는 재임 기간 달성한 성과가 적지 않아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음에도 교체가 이뤄졌다.

신한생명 당시부터 대표직을 맡아온 성대규 대표는 작년 7월 오렌지라이프와 통합을 이끌면서 IT·HR 등 화학적 결합까지 마무리 지었다. 생명보험사들이 신사업 일환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디지털전환(DT)과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사업 역시 조기 진출을 이끌었고, 상반기에는 업계 순익 1위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신한생명 당시부터 대표로 재직했던 기간을 고려하면 4년이지만 신한라이프 대표로서는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지주 측은 이번 대표진 인사에 세대교체를 강조했지만 성대규 대표는 1961년생인 진옥동 대표보다 6세 연하인 1967년생으로 세대교체라는 명분도 맞지 않다.

신한 측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주 회장 인사도 조용병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용퇴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영향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한편 성대규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선 정해진 게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대표직을 지낸 뒤 회사 고문으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성 대표에 대해선 아직 논의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