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작년 퇴직연금 ‘반토막’..."금리경쟁서 밀려 증권사로 넘어간 탓"

국민연금 2041년 적자전환, 2055년 고갈…사적연금 필요성 대두 작년 생보사 퇴직연금 전년比 반토막…금리경쟁, 머니무브 영향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에도 용이…사회보장·성장성 모두 경고등

2023-02-06     김수영 기자
국민연금의

국민연금의 고갈 시계가 빨라지면서 사적연금의 필요성이 늘고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의 작년 퇴직연금 규모는 크게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경쟁으로 인한 역머니무브가 일어나며 타 금융권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인데 퇴직연금이 새 회계제도 아래서 보장성 보험과 함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에게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퇴직연금 규모는 총 10조80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2021년 12월, 23조8511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적립한 퇴직금을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적연금제도 중 하나다.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로 구분되며 이 중 금융기관이 관여하는 것은 DB·DC형이다.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만큼 회사가 부도난 경우에도 안정적인 수령이 가능하고 건강보험료 산정 시 고려하는 소득에 사적연금 소득은 포함되지 않거나 퇴직연금소득세 분리과세 등 장점이 많아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고갈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사적연금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업계의 입장과도 결을 함께한다. 지난달 27일 국민연금 측이 발표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2023~2093)에 따르면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연기금은 2041년 적자전환 후 2055년 고갈에 이른다. 5년 전 발표 당시에 비해 고갈시점이 2년 빨라진 결과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적연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작년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규모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2019년 말 24조6387억원이던 생보사 퇴직연금 규모는 2020년 22조5528억원, 2021년 23조8511억원으로 20조원 이상을 유지했지만 작년 11월 말 기준 이 규모는 10조8059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12월분이 포함되더라도 큰 이변은 없을 전망이다.

작년 퇴직연금부문의 부진은 금리경쟁에서 밀린 것이 원인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경쟁에서 밀리며 기존 보험사를 통하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이를 해지하고 증권사 쪽으로 많이 넘어갔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가 굴리는 돈은 대부분이 돌려줘야 할 고객 돈이라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 기본”이라며 “금리 인상기에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은 불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및 수익구조 상 자산과 부채 간 듀레이션(만기) 갭을 일치시키는 데 주력한다. 만기해지 등에 따른 지급사유 발생 전에 수입보험료 운용으로 가능한 많은 이익을 내야한다는 의미다. 퇴직연금의 경우 취급되는 자금의 규모가 크고 부채 듀레이션이 짧아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가 용이한 편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사회보장적인 면과 더불어 새 회계제도 아래 보험사의 성장성에도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금리상황이 안정되면 퇴직연금도 차차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현재로선 듀레이션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