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공개 경쟁' 카드 꺼내든 KT, 지배구조 선진화 나선다

윤 대통령 "주인없는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해야" 국민연금, 구현모 KT 대표이사 연임 반대의사 표시 KT "공정성·투명성·객관성 강화해 대표이사 후보 심사" 23일까지 사외 지원자 모집 시작, 심사결과 전면 공개 외부 전문가 인선자문단과 사내이사는 심사 참여 X

2023-02-10     최종원 기자
25일

국민연금이 구현모 KT 대표이사(CEO)에 대한 연임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KT가 투명한 경쟁을 위해 홈페이지에 차기 CEO 공개 모집 공고를 올렸다. 그동안 일각에서 KT 이사회의 대표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공개 경쟁 방식의 CEO 선임 프로세스를 가동해 논란을 종식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서 올해 정기 주주총회부터 2026년 정기 주총까지 3년간 KT를 이끌 대표이사를 모집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는 전날 이사회가 공개 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신속하게 진행됐다.

KT 이사회는 작년 12월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한 바 있다. 당시 구 대표는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합 판정을 받아 단독 후보가 될 수 있었지만 복수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14명의 사외 인사와 13명의 사내 후보자를 검토해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했고, 이후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대심위)가 총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자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주요 이해관계자 등이 지적한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따르고자 구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다시금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T,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볼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에 이사회는 지난 9일 여러 논의 끝에 나온 이사회 의결을 통해 공개 경쟁 방식의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지배구조위는 공개 모집을 통해 사외 후보자군을 다시 받기로 했다. 지원 자격은 정관에 따라 ▲경영·경제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력 ▲기업경영 성공 경험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다. 

KT

서류 접수는 20일 13시까지 우편 및 방문 접수로 가능하다. 정관 등에 따라 결격사유가 없으면 누구나 응모 가능하며 나이, 학력, 전공, 성별 등에 의한 제한은 없다고 전했다. 회사의 현황, 재무상태, 경영성과, 정관 등 회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공유했다. 방문 접수는 홈페이지 또는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 이스트 빌딩을 방문해 소정 양식의 지원 서류를 제출하면 가능하다. 

투명한 심사를 위해 응모자 명단은 추후 공개한다. 지배구조위는 또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받아 투명성을 강화한다. 인선자문단은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요건을 고려하고 후보자들의 정보를 참고해 후보자 검증 및 압축 작업을 담당한다.

앞서 KT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지분 10.74%)은 지난해 12월 KT 대표이사 공모·경선 절차를 문제삼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은 당시 입장문에서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향후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지적했다.

대심위는 이에 지배구조위에서 선정한 대표이사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이사회가 정한 심사기준에 맞게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공정성을 위해 KT 사내이사진은 지배구조위, 대심위, 이사회 등 대표이사 후보 심사 과정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또 사외 지원자 및 사내 후보자 명단, 인선자문단 구성, 위원회/이사회 회의 결과 등을 포함해 심사 절차와 단계별 심사결과 등은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는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해왔지만 이사회의 결정으로 공개경쟁 방식을 적용했다"며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와 결과 공개 등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강화한 만큼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