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車보험 일방적 특혜판매 허용 중단하라"...설계사들, 금융당국 성토

논의 과정에 설계사들 배제…“한 번도 얘기된 적 없다” 생존권 위협, 불완전판매 우려…편리가 부메랑 될 수도

2023-03-21     김수영 기자

보험설계사들이 카카오 등 핀테크 업체들의 보험시장 진출과 관련한 금융당국 성토에 나섰다. 적절한 이해당사자 간 의견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방향을 결정함으로써 설계사들의 생존권 위협과 더불어 불완전판매율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보노련)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이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핀테크 업체들에 대한 자동차보험 특혜 판매 허용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작년부터 카카오 등 핀테크사들은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동안은 주로 인보험 상품의 비교·추천이 이뤄졌지만 자동차보험 포함 여부 및 수수료 조정을 두고 보험업계와 핀테크 업계 간 이견이 있어왔다.

핀테크사들은 자동차보험을 포함하면서 대형 보험대리점(GA)들과 비슷한 10%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한 반면 보험사들은 1~2% 수준의 수수료밖에 줄 수 없다며 맞섰고, 금융당국은 중간 수준인 5~6%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금융당국과 업계 간 논의 과정에 직접 이해당사자인 설계사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보노련의 입장이다.

오상훈 보노련 공동의장은 “카카오 등 핀테크 업체들의 불공정 보험영업행위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하는 금융위원회가 이해당사자인 보험설계사들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도 없이 의견 한 차례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를 허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설계사들은 핀테크 업체들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까지 시작할 경우 일자리와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 등 대형 핀테크사들의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작되면 편의성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들의 대면채널 의존도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자동차보험의 영업채널은 사이버마케팅(CM, 온라인가입), 텔레마케팅(TM, 전화상담 후 가입), 대면채널(설계사 직접 상담 후 가입)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 경우 약관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과 이해 없이 보험 가입이 이어지면서 나타날 불완전판매 또한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세중 보노련 공동의장은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때도 은행을 통해 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고객에게 돌아온 것은 ‘꺾기’(구속성 예금) 같은 무리한 보험영업이었다”라며 “핀테크도 마찬가지로 명분은 고객을 위하지만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인 뒤에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핀테크 업체가 독과점을 통한 불공정 시장을 형성해 보험료를 올리는 식으로 소비자가 누릴 단기적 편리함이 보험료 인상과 보험산업 생태계 파괴로 이어져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은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장은 “카카오에서 해주면 보험료가 쌀 것으로 인식되지만 광고비 등이 포함되면서 결국 카카오가 보험료를 올리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