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벅스코리아의 '깨진 유리창 법칙'

2023-03-22     박영근 기자
ⓒ블라인드

1969년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는 유리창이 깨지고 번호판도 없는 중고 자동차 한 대를 브롱크스 거리에 방치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배터리,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을 훔쳐간 뒤 차량을 부숴버렸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곳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범죄 심리학 법칙이 바로 '깨진 유리창 법칙'이다.

이 법칙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길가 한 가운데에 누군가 먹다 남은 커피컵을 몇 개 버리면, 지나가던 행인들도 하나 둘 그 인근에 커피 컵들을 버린다. 경기가 벌어지는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도 한 곳에 누군가 쓰래기를 버리면 얼마 후 산더미처럼 쓰래기가 쌓여있는 모습도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깨진 유리창 법칙'은 최초로 버려서는 안되는 공간에 쓰래기를 버린 사람이 잘못한 걸까, 이를 뒤늦게 본 청소부가 잘못한 걸까.

최근 스타벅스코리아 직원이 올린 사진 한 장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 직원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매장 반납대에 마구잡이로 놓여진 커피잔과 쟁반 등의 사진을 올리며 "난 이게 현 시대의 집단 지성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도 네가 돈 받고 할 일이라고 댓글 다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토 달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본 네티즌들의 입장은 달랐다. 단체 손님이 휩쓸고 간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직원이 뒤늦게 치웠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쌓이기 전에 초장부터 치우면 되지 않았느냐" "알바비 받으면서 안치우고 뭐하느냐" "뒤에 놓는 사람이 다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싱크대까지 들고 들어가면 되냐"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최초 놔둬선 안되는 곳에 트래이를 놔 둔 고객보다, 이를 뒤늦게 보고 한탄하는 직원에게 모든 화살이 날아간 것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을 해결하려면 결국 원천 차단에 답이 있다. 스타벅스는 매 층마다 분리수거를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공간 구분을 해놓던지, 아니면 애초부터 반납대를 없애버리고 사용 그릇을 특정 공간에 반환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야 할 것이다. 스타벅스만 노력한다고 해서 이같은 현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 역시 '깨진 유리창 법칙'의 시발점이 되지 않도록 올바른 윤리 의식을 지녀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윤리 의식이 모여 결국 우리나라의 '시민 의식'으로 발전될 테니까 말이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