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은 한국판 사기꾼 홈스" …외신서도 집중조명

암호화폐 천재서 도망자로 전략…400억달러 손해끼친 혐의 각국 추적 받아

2023-03-26     장은진 기자
24일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피 6개월여만에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가운데 외신까지 그의 과거 행적을 집중조명하고 나섰다.

26일 AFP 통신등 외신에 따르면 권도형 대표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천재'로 묘사되며 수천명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투자받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암호화폐 '테라'를 일찌감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지적해왔었다고 보도했다.

1991년생인 권 대표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귀국해 2018년 재계에 다양한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니얼 신과 함께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하고 암호화폐 '테라USD)와 '루나'를 개발했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대니얼 신의 인맥 등으로 젊은 산업계 명망가로 빠르게 부상했고 2019년에는 포브스의 30세 이하 아시아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만든 테라USD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미국 달러 같은 안전 자산에 연동시킨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으로 판매돼 자매 코인 루나와 함께 한때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부상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권도형

하지만 전문가들은 권 대표의 모델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오래전부터 경고했고 일부는 폰지 사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금이나 금 같은 실물 자산과 연동된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테라USD는 자매 통화인 루나에만 수학과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사용한 알고리즘으로 연결돼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암호화폐경제연구소 설립자인 크리스천 카탈리니 교수는 "테라·루나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생태계가 성장하는 동안은 작동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쁜 사람들이 암호화폐 기술을 이용해 신용사기를 설계하고 사기와 금융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권 대표에 대한 전면 조사를 통해 테라·루나 붕괴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는 권 대표의 인상적인 상승과 급격한 추락은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와 비교되고 있다며 '권 대표는 또 다른 스탠퍼드 출신인 홈스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권도형 대표는 지난 23일 동유럽 몬테네그로에서 공문서 위조 등 혐위로 체포됐다. 미국에서는 체포된 다음날인 24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증권 사기'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그를 추적해온 검찰이 그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