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조달 길 막힐라"…美·유럽 금융불안에 시름 깊어진 보험사들

상반기 콜옵션 도래 자본증권 규모 2조원…킥스비율도 문제시 자본확충 위한 여건 비우호적…조달부담에 흥행여부도 장담 못 해

2023-03-28     김수영 기자
금리상승

미국, 유럽시장에서 발발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면서 보험사들 또한 자본확충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일련의 사태가 보험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되지만 채권시장 경색을 심화시켜 자본확충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콜옵션(조기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보험사들의 자본증권 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른다.

발행 당시와 달리 채권 금리가 2~3배가량 오른 현 시점에서 이들 자본성증권의 콜옵션을 이행하기 위해선 또다른 자본조달이 필요함에도 채권시장 경색 기류가 짙어지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외부 자금조달 방식 중 하나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택해왔다. 작년 국내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충당한 자금만 해도 약 4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신종자본증권의 영구채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일종의 가산금리인 스텝업 금리를 제외하고 이자 미지급에도 투자자의 원리금 반환 요구 등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에서의 신종자본증권 인기 또한 시들해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올해부터 보험업권에 도입되는 신지급여력기준(K-ICS)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해외 금융시장 불안 여파가 이어지면서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아지는 추세다.

조건부자본증권은 회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파산하는 등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상각되거나 주식으로 전환되는 조건이 부가된 자본증권으로 코코(Contingent Convertible)본드라고도 불린다. 기존 자본증권 대비 수익률이 높지만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을 투자자가 함께 지는 상품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됐다.

최근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725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AT1)를 모두 상각처리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자산 모두를 잃게 됐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보험업권까지 코코본드 여파가 확장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관계자들 일각에선 유동성에 영향을 미쳐 채권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특히 국내 중소형 생보사들의 경우 새 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향후 자본확충이 필요할 경우 더 높은 조달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 코리안리는 이달 들어 5.5% 수익률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한 하나생명도 국고채 5년물에 최대 240bp(1bp=0.01%p)를 가산하는 이자율을 공시했다. 현재 국고채 5년물 수익률이 3%대 초중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5% 중반대의 수익률이 제시될 수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신종자본증권이 이전만큼의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설령 발행에 성공한다 해도 금리가 워낙 오른 상태라 이전보다 몇 배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시장 여건 자체가 자본조달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작년부터 몇몇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으로 고생했는데 갈수록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어 그때보다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