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테크]손 덜 타는 '로봇애완견'..AI챗봇 다음 타자되나

반려로봇 시장, 2027년 예상규모 285억원 정신·육체적 지지 vs 불쾌한 골짜기 극복해야

2023-04-03     조 은 기자

인공지능(AI) 챗봇에 형태를 입힌 펫봇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1인 가구에서 애완로봇견을 통해 고립감을 극복하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3일(한국시간) 영국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는 세계 반려로봇 시장 규모가 2021년 72억7167만 달러에서 오는 2027년 285억16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몇 년간 애완로봇견에 대한 수요 증가는 살아있는 애완견의 수요를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완로봇견을 최초로 선보인 회사는 일본 소니다. 지난 1999년 로봇견 ‘아이보’를 출시한 후 회사 경영난으로 생산을 중단했다가 2017년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아이보는 주인의 표정과 목소리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딥러닝 AI를 적용해 실제 강아지와 유사한 형태를 띠는 로봇견이다. 아사히신문은 아이보를 실제 개와 지내도록 해 개의 반응을 관찰한 실험 결과, 다른 개들도 아이보를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동료의식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이후 중국 로봇 기업 키이테크는 로봇견 ‘루나’를, 중국 헝봇은 로봇견 ‘스파키’를 출시했다. 지난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진은 블라인드 보행이 가능한 구조로봇견을 개발했다. 현대차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60도 개 형태는 아니지만 로봇 기술이 적용된 사례다.

펫봇 산업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크게 성장했다. 살아 있는 동물보다 유지관리가 덜 필요해 고령자에게 좋은 대안이 된 것이다. 특히 로봇견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을 개선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미국 뉴욕시가 진행한 로봇견 실험 참가자의 70%는 로봇견과 1년을 보낸 후 고립감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플로리다주는 전염병 기간동안 개당 약 130달러의 로봇개와 고양이를 고령자에게 무상 제공하기도 했다. 

애완로봇견은 고령자의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관여한다. 로봇개를 개발 중인 미국 신시내티대학 연구진은 “간단한 포옹을 통해 사용자의 활력을 모니터링하고 수면 패턴, 약물 복용, 응급 상황을 인식해 보호자와 건강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며 “노인과 보호자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애완로봇견이 실제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기 고장이나 업데이트로 인한 상실감, 지나치게 몰입해서 생긴 환각증상 등으로 사용자가 다른 차원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어설프게 닮은 존재에 거부감을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도 인용된다. 1970년 ‘로봇의 아버지’로 알려진 모리 마사히로에 따르면 로봇이 사람을 닮을수록 애정이 커지지만,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 이 거부감은 로봇과 사람을 완전히 구별할 수 없을 때 완화된다. 이들 전문가는 애완동물 로봇이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진화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반려동물 형태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더 세밀한 언어 구사나 건강 관리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조 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