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사기범 계정 관리 시스템 헛점 '도마'

'포토샵 조작' 신종 사기 발견한 당근마켓 유저, 피해 축소 위해 해당 사실 올렸다가 '계정 정지'

2023-04-18     박영근 기자
ⓒ당근마켓

김용현·황도연 각자 대표가 운영중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계정 관리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 유저가 신종 사기로 의심되는 유저를 신고하고 이를 다른 유저들에게 알렸다가 '반복적인 비방·댓글 신고로 이용을 제한한다'며 오히려 피해자의 계정을 정지당했기 때문이다.

18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그는 명품 '샤넬' 가방을 당근마켓에서 거래하기 위해 판매자와 접촉하던 중 수상한 점을 확인했다. 사진 속 샤넬 가방에는 마치 판매자가 지금 막 촬영한 듯 시간과 날짜가 적힌 포스트잇까지 붙어 있었으나, 유심히 살펴본 결과 포토샵으로 조작된 흔적이 포착된 것이다.

 A씨는 "판매자의 계정은 당일 생성한 아이디도 아니었고, 다수의 정상 거래 건수도 존재했었기 때문에 신종 사기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면서 "포토샵을 이용해 포스트잇으로 중고 물품과 같이 찍은 것처럼 교묘하게 아이디 인증도 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라면 사기 안 당할 사람도 당할 수 밖에 없을 만큼의 치밀한 조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즉각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 이같은 사실을 게시글로 알렸다. 이를 본 이용자들은 "찾던 가방인데 너무 싸게 올라와서 문의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사기 당하지 않았습니다" "예약 취소 떠서 바로 거래하려 했는데 감사합니다" "세상 무섭네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제보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당근마켓

그러나 그는 게시글을 올린 이후, 당근마켓으로부터 이용 정지 처리를 받게 됐다. 그가 쓴 글이 특정 이용자의 계정을 비방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당근마켓 측은 '동일한 사유로 다시 신고를 받으면 더 긴 시간동안 이용이 제한된다'며 '게시글을 삭제하라'는 경고글까지 전달했다. 

A씨는 "당근마켓 CS팀보다 빠르게 사기 방지를 했더니, 당근마켓은 오히려 계정을 정지시키고 피해 호소 글을 삭제하라고 압박하는 등 본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라며 "당근마켓의 심각한 메뉴얼과 시스템은 지적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당근마켓의 계정 정지 시스템이 오히려 사기범을 비호하는 꼴이 된 셈이다.

당근마켓 측은 이에 대해 "중고거래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을 반복해서 올리면 다수 이용자로부터 신고가 접수될 수 있다. 이 부분이 누적돼 제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보자가 게시글에 언급한 사기 유저 역시 다수의 이용자 신고 및 내부 모니터링 등으로 이용 제재된 상황이다"라며 "사기 범죄는 단 한 건이라도 적발시 영구 제재를 가하는 수준으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근마켓 측은 '신고 접수 후 이용 정지 조치가 이뤄지는 시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엔 "해당 문제에 대해선 내부에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