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국 역사상 가장 맥빠진 대선 후보 선발 과정이 될지도 모를 2024년 대선 프라이머리

2023-04-28     최석진 기자

미국의 다음 대통령 선거는 2024년 11월 5일 치러진다. 그런데 미국의 다음 대선 후보 선발 과정은 양당에서 벌써부터 후보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마땅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맥빠진 예비선거(primary)가 될지도 모른다고, 27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정치 평론가들에게 경마처럼 경쟁이 치열한 대통령 예비선거 열기보다 더 흥미로운 소재는 없을 것이다.

때때로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 후보들이 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각축전을 벌이며 미국 대통령 선거 제도의 열기를 돋우는 데 협력한다. 그러나 어떤 때는 예비선거 과정에서 양당의 유권자들은 선두 주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결속하기도 한다.

현재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들의 역학 관계를 살펴보면 벌써부터 2024년 후보 선발 과정이 지난 50년 이래, 가장 지루하다고 단정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가장 맥빠진 대선 예비 과정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구도가 점점 더 고착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내년도를 겨냥해 미 대선 레이스의 신호탄을 본격적으로 쏘아 올렸다. 그런가 하면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타 후보들을 크게 앞서는 가운데 양강 구도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화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팀 스콧 상원의원 등이다. 민주당에선 바이든 대통령 외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중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뚜렷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와 똑같이 두 사람이 재대결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1980년 이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 주 예비선거에서 패한 역사가 없다는 이점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그 전례는 깨질 것 같지 않다. 바이든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결정적 도전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메리앤 윌리엄슨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선출직을 맡은 적이 없다.

특히 윌리엄슨은 2020년 대선 출마 과정에서 이렇다 할 주목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케네디는 코로나 백신 음모론에 동조하고서도 코로나19 백신을 자발적으로 열심히 접종한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제한된 여론 조사는 바이든이 윌리엄슨과 케네디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더 결정적 요소는 민주당 출신 선출직 공무원들이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외에는 대안을 거의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선 예비선거(primary)에서 당의 주요 인사들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만큼이나 긍정적인 예측 변수이다.

둘째, 민주당 예비선거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맞설 수 있는 믿을 만한 도전자가 민주당에 있다면 그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의사 표현을 한 것은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쩌면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될지도 모를 때 나이가 82세의 고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수 빌리 프레스턴(Billy Preston)의 노랫말처럼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Nothin‘ from nothing’ leave nothing).” 투표 결과에 대한 이러한 가설은 정당 기반이 있는 사람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가리킨다.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바이든에 대한 강력한 지지율은 대선 후보 재지명에 순조롭게 성공한 과거 현직 대통령들의 지지율과 정확히 일치한다. 따라서 민주당 유권자들이 바이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광분해서 반대할 이유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공화당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주 오랫동안 공화당 후보 지명의 최우선 순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2020년과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2024년 모두에서 박빙의 볼거리(big league)를 보여주는 신뢰할 수 있는, 전국 조사 또는 먼저 투표하는 주들(early-voting-state-level)의 여론조사 결과는 들리지 않는다. 그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 항상 약 50%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50%가 결정적인 이유는 초기 단계에서 이 정도로 지지를 받고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1996년의 밥 돌, 2000년의 조지 W. 부시, 2000년의 앨 고어, 2016년의 힐러리 클린턴 들이 현직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선거에 출마한 유일한 후보들이었는데, 그들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50%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의 결과를 획득했다.

미국

이들 네 명 모두 상대적으로 쉽게 후보 지명을 받을 수 있었고, 클린턴만이 몇몇 지역의 예비 경선에서 패하면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었다.

트럼프 정도의 지지율을 가지고도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한 경우는 같은 당 내 현직 대통령과 경쟁했을 경우를 살펴봐야 한다. 바로 1980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테드 케네디가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패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대선 역사에서 80년 만에,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지명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첫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초기의 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평소보다 덜 의미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트럼프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보다 실제로는 더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우선, 가장 먼저 투표를 하는 주들을 상대로 하는 조사(early-state-level polling)는 여전히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월에는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여론조사에서 플로리다 주지사인 론 디샌티스에게 12포인트 차로 뒤쳐졌었지만, 지난주 발표된 뉴햄프셔 주립대학의 가상 여론조사에서는 디샌티스보다 2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트럼프가 2015년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는 그를 경원했던 공화당 출신 선출직 공무원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데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 트럼프는 2016년 예비선거 기간 동안 첫 번째 경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어떤 공화당 출신 주지사나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럼프는 이미 60명이 넘는 공화당 주지사 및 의원들로부터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1980년 이후 이 시점에서 이 정도 지지를 받은 후보는 예외없이 정당의 대선 후보 지명 획득에 성공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이룩한 성취이다. 디샌티스는 출마한다면 공화당 내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다. 그는 가장 먼저 투표하는 주들(early-voting-state-level)의 평균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돌파한 유일한 공화당 정치인이다.

하지만 플로리다로 달려간 트럼프는 이미 주 하원 공화당 대표단 다수의 지지를 확보했다. 당 내 인사들의 이러한 트럼프 지지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예 : 맷 게이츠 의원). 그들 중에는 2022년 트럼프의 재선 기원 파티에서 디샌티스를 새롭게 소개한 바이런 도날즈 의원도 끼어있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도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자랑거리가 있는 것 같다. 바로 다수 공화당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공화당이 그의 뒷배로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이 두 세력이 불화를 빚었다면 공화당 예비선거는 훨씬 더 많은 볼거리를 선사했을 것이다.

요컨대, 어떤 결정적 계기가 작용하지 않는 한 우리는 현 대통령과 그에게 백악관을 내주었던 사람이 다시 맞붙을 빤한 결과를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