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43) 김대중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의 불안한 시선… 청와대 “리처드 닉슨의 데탕트 정책 계승” 주장

2023-05-09     유 진 기자
지난

김대중 정부와 부시 정부는 김정일 체제의 특징이나 북한의 정치 시스템 자체를 다르게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체제와 시스템을 다루는 접근방법도 달랐다.

김대중의 경우 군사 독재정권과 언론이 그를 ‘빨갱이’, ‘공산주의 옹호자’ ‘민중 선동가’로 몰아부쳤지만 실제 그는 이승만 권위주의 독재, 박정희를 필두로 한 군사중권에 대한한 투쟁에 그의 정치 인생을 바친 민주주의 수호자였다.

김대중이 꿈꾼 목표는 민주적이고, 평화가 넘치는 통일 한국을 이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북 통합 과정이 가속화할수록 한반도 주변의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4대 강국 가운데 어느 나라가 이 과정을 지지하는가, 저지하는가 하는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김대중의 포용정책은 북한으로부터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변 강국들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햇볕정책은 체임벌린의 유화정책이 아니라, 한미 군사동맹에 기반을 둔 강한 억제력에 기초한 남북 협력이었다. 동독을 겨냥한 빌리 브란트의 동방적책, 중국과 소련을 겨냥한 리처드 닉슨의 데탕트 정책, 유럽연합의 통합과정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을 미국에 강조했다.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0월 27~28일 멕시코 로스 카보스에서 열린 제10회 APEC 정상회의에서도 만났다. 여기에서는 김대중-고이즈미-부시 3자 정상회담도 열렸다.

김 대통령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와의 3국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기자들에게 "남북대화나 일본과 북한의 회담을 유지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의 중요한통로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과 모든 APEC 정상들도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한 그는 “이런 모든 성과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우리의 국가신인도와 우리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도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한국, 미국, 일본이 힘을 합하면 다른 문제도 푸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러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3국 정상은 이번 상황을 한반도의 위기가 아니라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의 기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2002년

하지만 외교적으로 ‘평화’ ‘지지’를 외치던 바와 달리, 미 백악관과 정치권의 보수진영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가득차 있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보내는 식량이 굶주린 주민들에게 가지 않고 군용으로 전용된다는 증거를 확보한 미국 측은 외교경로를 통해 종종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는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올까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여부도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김 대통령의 수상을 방해한다는 인상을 극히 꺼렸다. 미국은 햇볕정책에 대한 의사 표명을 중단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햇볕정책에 힘입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이었다. 

미국은 햇볕정책에 공식적으로 반대한 적은 없다. 연방의회 안에서 햇볕정책을 공격하는 의원들을 본 기억이 없다. 다만 북한에 지원한 식량이 의도와 달리 북한 군부에 넘어가는 데 우려를 표명했고, 미국과 긴밀한 협의 없이 김 대통령이 거의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데에 실망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미 정치권 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반미 친북 인사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었다. 미국에선 특히 ‘우리는 하나’라면서 금세라도 통일이 될 듯 국민을 들뜨게 하는 반미 친북 인사들과 말끝마다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이들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던 것이다.   

2002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제16대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 일정이 시작됐다. 김대중의 대북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X파일 취재팀= 최석진,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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