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는 '미친 약' 야바…건강기능식품으로 위장 밀반입, 전국으로 확산

2023-06-11     최정미 기자
단속된

태국어로 '미친 약'이라는 뜻의 신종 합성 마약인 '야바'가 국경을 넘나들며 역병처럼 번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일반 식품으로 위장한 채 밀반입된 야바는 국내 공급책을 거쳐 전국 각지로 유통되고 있다.

이런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검찰과 경찰, 관세청은 매년 야바 유통 조직과 투약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고 밀수 경로를 차단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 중이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7일 발표한 마약 밀수 사범 수사 결과는 실핏줄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간 야바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태국인 총책과 국내 판매책만 48명에다 투약자는 33명이었다.

화물

총책은 캡슐형 건강기능식품으로 위장한 1억원 상당의 야바 1천970정을 국제우편으로 들여왔다.

국내 판매책들이 이를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충남 서산, 경기 화성, 전북 정읍, 대구 등지로 퍼 날랐다.

전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도 최근 태국인 야바 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호남 지역 공급책으로 지목된 태국인 A씨는 자국의 마약상으로부터 야바를 도매로 사들여 국내에 유통했다.

야바는 중간 판매책 등 7명을 거쳐 전남·북 지역에 거주하는 태국인 투약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야바는 무려 1천198정이다.

야바 밀수입이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태국인 A씨는 지난해 7월 일반 식품으로 가장한 11억9천700만원 상당의 야바 2만3천940정을 국제우편물로 몰래 들여왔다가 덜미를 잡혔다.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A씨는 야바 수령처를 전북 부안군으로 적었다.

야바를 수령한 직후 인근 농장으로 몰래 들어가 야바를 흡입했다.

2차례 이를 반복한 A씨는 야바 유통뿐만 아니라 투약으로도 처벌받았다.

인천경찰청이 소탕한 마약 유통 조직으로부터 야바를 구매한 사람들도 농·축산업에 종사하거나 일용직으로 일하는 태국인들이었다.

이들은 마약 1정당 3만∼5만원에 구입했다.

마약을 사고판 태국인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이며 함께 모여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전남경찰청에 붙잡힌 야바 투약자 역시 농·어촌과 공장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들이었다.

강원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야바 등 마약류를 유통한 65명이 검거했는데, 이들 다수는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에서 술을 마시고 투약했다.

야바가 농촌으로 파고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야바가 보편화돼 있다 보니 우리 농촌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