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회담...우크라 무기지원-우주기술 거래 가능성

2023-09-13     최석진 기자
지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로 우주기지와 전투기 공장이 있는 러시아 극동 중남부 보스토치니가 유력해지면서 한국 및 서방의 정보당국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군사 협력 확대·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무기 대가로 어느 정도 수준의 우주-무기기술을 넘겨줄 것인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2(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그간 베일에 싸였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대면 장소가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두 정상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날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을 언급, 이곳이 정상회담 장소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 일정과 김 위원장 전용 열차 동선 등을 고려할 때 13일에 열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

블라디미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사용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건설했다.

20164월 첫 위성 발사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최신·최첨단 시설이다. 한 마디로 지난 수십 년간 로켓·인공위성 등 우주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해온 '우주 대국' 러시아를 상징하는 장소다.

한미일 등 서방을 겨냥한 핵 위협 능력 강화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우주 발사체 개발에 국력을 집중해온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에서 가장 군침 도는 자산이 잔뜩 쌓인 '보물창고'인 셈이다.

북한은 특히 지난 5월과 8월 연이어 군사 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실패한 뒤 내달 3차 시도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위성 발사 등 우주기술 확보가 한층 절실한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북러가 4년여만의 정상회담 장소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택한 것은 우주기술 중심의 양국 군사 협력 의지를 대외에 각인시키는 상징적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정상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이어 함께 방문할 예정인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역시 양국의 군사 분야 협력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아무르강 위에 위치한 콤소몰스크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 지역은 제강, 정유, 조선, 목재 가공업 등이 발달한 산업도시다.

김정은

이 도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에서는 수호이(Su)-27, Su-30, Su-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와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을 생산한다. 민간 항공기도 제조한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산 항공기를 대체하기 위해 자국산 부품만으로 개발, 지난달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신형 여객기 '수호이 슈퍼젯-'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또 잠수함 등 군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도 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와 함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날 최적의 장소 중 하나로 꼽혀왔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에 김광혁 공군사령관과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동행한 것도 전투기 생산 공장 시찰 등 일정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전격 공개하는 등 한미일 협력에 대응해 해군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으며, 미국 폭격기·정찰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12일

또 김 위원장 개인적으로도 이 도시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바롭스크는 그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제 고향이자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88여단'으로 활동한 지역이기도 하다. 김정일도 2001년과 2002년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다녀갔다. 그는 2002821일 이 도시에서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과 아무르 조선소 등을 시찰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은 21년 만에 이 도시를 다시 찾는 북한 지도자가 된다. 앞서 이달 초 서방은 김 위원장이 이달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양국은 군사 협력 확대 방침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강점이자 북한이 필요성을 느끼는 첨단 군사 기술이 집약된 장소 2곳에서 4년여 만에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을 예정이어서 북러 간 군사 밀착을 우려하는 서방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