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인사이드] 미국 도심을 활개치는 야생칠면조들 개체수 증가는 자연보호의 성과?

2023-12-02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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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야생칠면조(Meleagris gallopavo)는 멸종 단계까지 이르렀었다. 그런데 위압적인 깃털과 거대한 몸짓을 뽐내는 이 야생칠면조가 미국 도심에서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2일(현지 시각) BBC가 칼럼을 통해 보도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몇 년 전, 필자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살며 거대한 야생칠면조들이 거리를 활개치는 모습을 목격했었다. 내 딸과 비슷한 키의 이 대형 조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로에 질주하는 자동차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정집 정원을 침입하고, 하버드대학 캠퍼스를 가로질러 돌아다녔다.

야생칠면조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필자의 친구로, 워싱턴 DC에 살고 있는 언론인 베서니 브룩셔는 작년에 야생칠면조의 공포에 대해 칼럼을 쓴 바가 있다. 이 대형 조류에 피해를 입은 일부 시민들은 심지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디모인에 사는 필자의 또 다른 친구는 최근 야생칠면조들이 한 학교 앞에서 길을 막고 교통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들려주었다.

문제의 ‘야생칠면조’의 학명은 ‘Meleagris gallopavo’로, 미국에서 한때 거의 멸종될 뻔한 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은 이들의 공격과 존재에서 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귀환을 반기고 있다. 최근 조지아대학의 마이클 체임벌린 연구팀은 미국 야생칠면조 개체수 조사를 통해 “야생칠면조의 귀환은 북미 최대의 자연보호 성과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야생칠면조는

유럽 정착민들이 처음 미국에 발을 디뎠을 때 야생칠면조 숫자는 차고 넘쳤지만, 과도한 사냥과 삼림 파괴로 인해 그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 환경 보호론자들이 야생칠면조를 포획한 뒤 증식시키면서부터 이들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체임벌린 연구팀에 따르면, 야생칠면조 수십만 마리 정도가 살면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보이는 주로는 앨라배마, 캘리포니아, 텍사스, 위스콘신, 켄터키 주들이다. 여기에 2014년부터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상당한 개체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그 수가 30% 증가했고, 버몬트와 메인에서는 추정 증가율이 40~50%에 달한다.

물론 도심에서 야생칠면조와 조우하는 것을 모두가 반기지는 않는다. 어쨌든 야생칠면조는 비둘기보다 훨씬 육중하고, 공격적인 조류인 것은 분명하다.

필자의 친구 브룩셔가 워싱턴 DC에서 야생칠면조를 대하면서 느끼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이 거대 조류가 주는 공포와 빠른 속도에 놀라고 있다. 한 사이클리스트는 “DC에서 야생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칠면조가 자기보다 더 빨리 달린다고 지적했다. 야생칠면조는 최대 시속 25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가 복원된 다른 야생 생물과 마찬가지로 부리와 발톱을 가진 동물과 동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자연보호로 얻는 장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