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권도형' 쟁탈전...몬테네그로 법원 "한국이 미국보다 5일 먼저 인도 요구"

2023-11-25     최정미 기자
(포드고리차[몬테네그로]=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지 8개월 만에 송환이 승인됐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4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요청에 따라 관련 절차를 검토한 결과 권씨의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고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법원은 그러면서 권씨의 신병 인도를 원하는 한국과 미국 가운데 한국의 인도 청구서가 몬테네그로 법무부에 먼저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법원은 "한국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시기는 3월 29일"이라며 "미국은 주 몬테네그로 미국대사관을 통해 4월 3일 범죄인 인도 청구서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권씨가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는 여권 위조 혐의로 선고된 징역 4개월형을 모두 마친 뒤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가 미국보다 이르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한국은 미국과의 '송환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장관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권씨가 어느 국가로 송환될지는 범죄의 중대성, 범죄인 국적,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를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또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올해 3월23일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6월19일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도로 권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건을 다루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6월15일 권 대표 등에 대해 6개월간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을 명령했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로,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권씨는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세르비아에 머문 권씨는 좁혀오는 수사망을 피해 세르비아 인접국인 몬테네그로로 넘어와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체포됐다.

현재 권씨는 한씨와 함께 포드고리차에서 북서쪽으로 12㎞ 정도 떨어진 스푸즈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