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연체채권 '민간매각' 마무리…흥행엔 실패해 ‘반쪽 성공’

우리금융F&I 단독 입찰 매각 결정…업체 간 가격경쟁 ‘실종’ 캠코 매각가보다 높다지만 연체율 안정화 시급해 불만족도

2023-12-05     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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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연체율 증가를 수습하고자 추진된 민간업체로의 연체채권 공동매각의 결과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양상이다. 자산관리공사를 통한 매각보다는 비싼 가격에 연체채권을 넘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매각 입찰에는 한곳만 입찰해 흥행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12개 저축은행은 대출원금 기준 약 1000억원 규모의 개인무담보 부실채권을 단독 입찰한 유동화전문회사 우리금융F&I에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실제 매각은 이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저축은행 연체채권 공동매각은 수개월간 이어진 교착상태를 벗어나고자 마련된 대안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민간업체에 매각을 허용하기로 한 후에도 연체채권에 더 높은 값을 받으려는 저축은행들과 반대 입장인 민간업체 간 힘겨루기가 지속된 바 있다.

저축은행이 연체채권 정리에 나선 이유는 연체율 지표가 오르면 경영 상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수신자금을 끌어모으고 대출을 시행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연체율이 높아지면 대출 규모 확대 시 부담이 커지게 된다.

최근 실적의 하락도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게 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최근 SBI·웰컴·OK·페퍼·한국투자 등 5개 저축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3분기 순이익 합계는 6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6% 쪼그라들었다. 실적 부진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된 상황에서 건전성 지표라도 관리해야 비난 여론을 조금이나마 무마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저축은행업계의 개인무담보 부실채권 매각에 대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매각 경로였던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매입률표 매입가격 대비 130% 증가한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됐지만 매각 과정이 흥행으로 일단락되지 못한 영향이다.

우리금융F&I 단독 입찰이 아닌 경쟁입찰일 경우 매입가가 더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음 연체채권 공동매각에도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6.15%에 달한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0.8%포인트 치솟은 수준이다. 연체율이 위험신호를 띈 여파로 금융감독원은 현장검사권을 가진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이달 현장점검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채권 매각이 시급한 이유다.

다음 매각이 언제 성사될지는 불확실할 것으로 관측된다. 저축은행별로 연체채권을 매각해야 할지 보유를 할지 매각을 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의사결정할 시간이 필요해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단독 입찰에 따른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기존 매각 방안보다는 나은 가격에 매각됐다는 점에 주목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