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시선] 아픔 딛고 尹대통령과 '깐부' 맺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尹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이재용 실형 이끈 검사들 격려 이 회장, 국정 농단 항소심에서 억울함에 눈물 삼키기도 석방 3년 째, 떡볶이·술자리·엑스포 등으로 현 정부 지지 尹대통령과 ASML 방문해 반도체 공급망 안전 성과 달성

2023-12-20     박영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던 시절,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형 선고에 공을 세운 파견 검사들에게 전화해 노고를 치하했다. 4년 간의 수사 끝에 이 회장을 감옥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소회가 남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윤 총장은 대통령으로서 이 회장과 폭탄주·떡볶이를 나눠 먹고 반도체 사업을 챙기는 '깐부'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부산항 국제 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간담회를 마치고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부산 국제시장을 찾았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떡볶이와 오뎅을 먹으며 담소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이날 시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환호하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쉿'하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윤 대통령보다 더 도드라지지 않기 위한 겸손한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이 회장은 함께 술자리도 가졌다. 이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은 지난 11월24일 프랑스 파리 방문 당시 모 식당에서 술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녁 식사에는 소주와 맥주가 곁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 그룹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소폭'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얼마나 마셨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지난 12일 윤 대통령과 함께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 센터' 건립 MOU를 맺고 오는 성과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방문으로 '하이 뉴메리컬어퍼처 EUV'에 대한 기술 우선권을 획득해 반도체 공급망을 더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도 출장 이후 "이번 방문 성과는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말하며 함께 귀국한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의 등을 여러 번 토닥였다. 

사실 과거를 살펴보면 이 회장과 윤 대통령의 관계는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다. 언급했듯 윤 대통령은 총장 시절 이 회장의 실형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4년간 수사를 함께 한 파견 검사들과 통화하며 기쁜 소감을 숨기지 않았다는 후문도 있다. 동아일보는 2021년1월19일자 기사를 통해 "윤 총장이 검사들에게 활 걸어 '우리가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된 일을 했다'며 '옛날 생각이 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에게 2018년 항소심을 통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던 당시 서울고법 정형식 판사는 판결 이후 각종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모진 비난을 받았다. 한 매체는 정 판사가 이 부회장의 1심 변론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태평양 송우철 변호사와의 관계를 언급하며 '법조계에 만연한 사적 관계나 전관예우에 의한 판결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했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누구도 탓하지 못한 채 감정에 북받쳤던 이 회장은 최후 진술때 내내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은 별세한 부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전 회장을 언급하며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을 결코 하지 않겠다"며 이를 갈았다. 

자신을 감옥에 넣은 핵심 인물과 손을 잡는다는 건 쉽지 않을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사적 감정보단 회사를 위한 결단을 내리면서 현 정권에서도 회사에 실익을 가져다줬다. 특히 윤 대통령은 떡볶이 회동·저녁 술자리·네덜란드 방문 이후 지난 18일 과거 이 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던 정 판사를 신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 회장의 석방의 기틀을 마련해 준 정 재판관에게 마음의 빚까지 덜게 된 셈이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