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쿠바 수교 맺다...20년 외교 숙원, 북한 방해 뚫고 극비리 추진 결실

지난해 유엔총회 등 계기 접촉으로 모멘텀…뉴욕·멕시코 채널로 협의

2024-02-15     강혜원 기자
지난

한국과 쿠바가 14일 외교관계 수립을 발표하면서 미수교국 쿠바를 향해 오랫동안 공들여온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가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예고 없이 한국 시간 14일 늦은 밤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황준국 주유엔대사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쿠바 대사는 이날 뉴욕에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수교를 위한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

이어 주유엔대표부는 외교 공한 교환 직후인 오후 10시 5분에 양국 수교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양국의 수교 협의는 그간 극도의 보안 아래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쿠바와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논의 진전 상황은 극비리에 부쳐졌다.

북한과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쿠바 측이 한국과의 수교 협의가 공개되는 데 매우 민감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때 외교가에서는 쿠바와 북한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국은 수면 아래에서 꾸준히 당국 간 접촉·교류를 이어오며 수교 협의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게 쿠바와의 관계 개선 추진은 길게는 2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숙원이다. 한 소식통은 "긴 호흡으로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양국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바티스타 정권을 타도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한 후 일절 교류를 끊고 국제무대에서도 접촉을 삼갔다.

체제의 상이함을 바탕으로 냉전 시기 계속되던 양국 간 냉기류는 1999년 한국이 유엔 총회의 대(對)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환점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