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정부, 나진-하산 공단 추진… 북한 제재 국제사회 갈등 우려

2017-09-08     위키리크스한국
국제사회가 유엔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북한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공단을 추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8일 “북·러 국경지대인 나진-하산 지역에 공단을 조성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 참모진과 전문가들이 모여 이 부분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진-하산 공단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수출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을 20억 달러(약 2조2,590억원) 증액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극동지역 인프라 사업 등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년간 20억 달러 규모의 ‘극동 금융 이니셔티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남북협력기금 증대 방안과 관련성이 있는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7일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도 "남·북·러 3각 협력을 위해 그간 논의돼 온 야심찬 사업들이 현재 여건상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더라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힘을 합쳐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은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물론 북한이 시작부터 함께 하면 더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성사 여부와 상관 없이 일단 청와대에선 무조건 북한을 끼고 한·러 경협이 이뤄져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동방경제포럼 참석 전)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주재한 관련 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나진-하산 개발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지금은 남북간 대화가 단절돼있는 만큼 우선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대통령이 방러 일정중 밝힌 핵심이며, 이를 통해 향후 북한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한·러 경제공동위원회는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을 연결하는 철도, 가스관, 전력망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한 협의 채널도 열기로 합의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 폐기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사실상 재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 측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 개·보수, 나진항 현대화 사업, 이 지역에서의 복합물류 등이 과거 프로젝트의 골자였다.

당초 북·러 접경지대 개발은 개성공단에 이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그랜드플랜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에 나서자 잠정 중단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맞물려 일부 기업이 사업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모두 철수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남북물류포럼(사단법인) 간담회에서 “러시아가 노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대상에서도 제외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박근혜 정부가 단독 제재라는 명분으로 차단했다”며 “개성공단 복원보다도 일차적으로 이 사업을 재추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구상에 회의적이다. 안보리가 북한의 핵질주를 중지시키기 위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향후 북·미, 남·북 대화 국면을 가정해 경협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북한이 와화벌이 수단으로 쓰고 있는 해외 노동자 송출을 금지하는 유엔 제재가 실행 중이어서 공단을 조성하고 싶어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미국이 북한과 관계된 기업들까지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이용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조이려는 상황에서 한·러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