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의 현대百, 식품·IT 넘나들며 신사업 속도 ‘UP’

2018-04-18     유 경아
지배구조 개선으로 경영 투명성 강화에 나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가정간편식(HMR)과 정보기술(IT) 분야를 넘나들며 사업 영역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부터 HMR 사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현대그린푸드의 IT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현대IT&E를 신규 설립하고 가상현실(VR) 테마파크 콘텐츠도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HMR은 ‘원 테이블’과 ‘셰프박스’ 등 2개 브랜드다. ‘원 테이블’은 제품을 구입해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레디 투 잇(RTE)’으로 분류되며, ‘셰프박스’는 조리 과정을 거쳐야하는 RTC ‘밀키트’다.

‘셰프박스’는 백화점업계가 ‘밀키트(Meal Kit)’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밀키트’는 재료와 양념을 넣고 끓이는 형태의 RTC 가정간편식다.

서울 강남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랑씨엘’의 이송희 셰프와 협업했다. 연내 20~30종까지 상품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원 테이블’은 향후 300여종까지 상품수를 늘릴 계획이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내년을 목표로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유명 백화점 입점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자사 HMR 브랜드를 ‘프리미엄’ 라인으로 굳힌다는 복안이다. ‘세프박스’의 경우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신선한 식재료로 만드는만큼 경쟁 브랜드 밀키트 대비 가격도 5~10% 가량 비싸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원 테이블’의 경우 지난달 기준 누계 매출을 보면 VIP 고객 매출 비중이 51.2%에 달한다. 3월까지 판매고 20만개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원재료를 프리미엄 품질의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쟁 브랜드 대비 가격대는 비싼 편”이라면서 “현재는 오프라인 식품관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추후 판매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VR 시장에도 진출한다. 현대그린푸드의 IT 사업부문을 ‘현대IT&E’로 독립시켜 신규 법인을 설립해 VR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앞서 정 회장은 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의 지분 21.3%를 매입, 현대A&I 지분율을 73.4%까지 확대했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했으며, 이를 통해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을 23%까지 늘렸다. 정 부회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현대홈쇼핑 지분을 현대그린푸드에 매각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순환출자고리가 끊어지고, 현대A&I와 현대쇼핑의 순환출자가 해소되면서 현대그린푸드의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지배력이 강화됐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VR콘텐츠를 개발할 현대IT&E의 지분 100%를 현대그린푸드가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그린푸드의 기업가치도 제고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IT&E는 현대아울렛 등에 오는 10월 대규모 VR테마파크를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미 2016년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에 VR스토어를 오픈했다. VR스토어에서는 모바일앱과 VR기기를 이용해 현대백화점 판교점 입점 매장을 가상 체험해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기 때문에 VR기술을 접목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 했을 때 기존에 없던 방식의 ‘체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많이 늘리고 있는 게 업계 추세”라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