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변하도록 자리 지키는? KCC 철밥통 사외이사 논란

2018-05-10     양 동주


KCC 사외이사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주주의 독단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임에도 내부 출신 또는 공정거래위원장 등 외부 고위 인사들을 임명하고 '강산이 변할 만큼' 초장기간 자리를 보전해 주는 등 제도 취지 자체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

KCC는 지난 3월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건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던 권오승, 송태남 사외이사는 재선임을 통해 2020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재선임 결정은 권오승, 송태남 이사가 최소 10년 간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게 됐음을 의미했다. 2010년 2월 처음으로 KCC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은 수차례 연임 과정을 거친 바 있다.

사외이사를 도입한다는 건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KCC 주변에서는 연임에 성공한 이들 사외이사들이 직무에 합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송태남 이사는 내부인 출신이다. 1944년생인 송 사외이사는 서울대 화공학과를 졸업했고 삼도화학 대표이사, 고려화학 중앙연구소 상무 등을 역임했다. 고려화학은 KCC의 전신인 금강에 합병된 기업이다. 자사 출신 송태남 이사가 객관성을 유지한 채 사외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13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권오승 이사는 연임이 결정될 때마다 방패용으로 활약 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던 인물이다. 고위 관료 출신일수록 대관 업무 등에 입김을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오승 이사는 KCC 오너일가와 용산고 동문으로 연결된 사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정상영 명예회장을 비롯해 정몽진 대표이사 회장, 정몽익 대표이사 사장 등 KCC 오너일가 다수는 용산고 출신이다.

KCC 사외이사들이 장기간 직함을 유지하는 모습은 비단 올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2007년 처음으로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정종순 이사는 지난해 또 한 번 재선임을 통해 최소 2019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심지어 정종순 이사 재선임은 KCC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12.61%)이 금강고려화학 부회장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었다.

KCC 측은 다방면에 걸쳐 기존 사외이사들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KCC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연임은 충분히 고려한 끝에 이뤄진 결정”이라며 “사외이사 재선임이 회사에 악영향을 준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학계 인사들은 "사외이사들이 10년씩이나 자리를 유지한다면 대주주의 독단경영 차단은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독불장군식 경영을 방조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KCC는 올해 1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KCC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9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성장했으나 영업이익 556억원으로 같은 기간 21.2% 하락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34% 하회하는 수치다.

실적 부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성정환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 하락은 도료 사업부의 주 원재료인 BTX가격의 상승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전히 높은 원가 수준을 고려할 때 KCC의 단기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