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미 금리인상 시 "금융불안 재연될 수 있어"

2018-06-04     강 지현


미국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13년 '긴축발작'과 같은 일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총재는 4일 서울조선호텔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2013년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 당시 미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신호가 신흥시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며 "선진국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와같은 급격한 자본이동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미국의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이 됐다"며 "각국 금융과 교역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주요국은 자국 정책 변화가 국제금융 시장과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다시 국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12~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6월 위기설'과 함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인한 신흥국의 자금유출로 신흥국이 더 위태로워져 제2금융위기 뇌관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총재는 금융위기 후 통화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 형태 변화를 꼽았다.

아울러 중립금리가 낮아진 점도 이 총재의 고민이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가 낮아지면 경기 하강국면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줄어든다"며 "이 경우 경기변동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가 낮아진 것에 대해 "장기 추세적 요인으로 낮아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런 변화에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규모 자산매입과 마이너스 금리 등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이밖에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저성장 및 저인플레이션 환경에서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을 추구하면 금융 불균형이 누적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안정을 도모하려면 거시안정성 정책과 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기 위해 정책커뮤니케이션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박요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