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고용정책국장 "KDI 최저임금 고용영향 분석, 좋지 않은 선례" 비판

2018-06-05     윤 광원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고용정책국장이 된 이상헌 박사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최대 8만 명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좋지 않은 선례"라며 정면 비판했다.

이 국장은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탄탄한 분석 없이, 토론에 불기운만 보태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이번 KDI 분석은 그런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KDI는 전날 보고서에서 2년간 최저임금을 연 15%씩 올리면 그로 인한 고용 감소 규모가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고용 탄력성이 국가마다 특징이 있어 외국 추정치로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공개하는 것은 드물다며, KDI가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 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의 근거로 제시된 미국의 추정치 -0.015(고용 0.15% 감소)는 대부분 1970∼1980년대 자료이고 그 이후 추정치는 0에 가까워 전체적인 고용 감소 효과는 없는데도,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한 것은 부정적 효과를 전제하고 분석했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의 상대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영국은 탄력성이 0에 가까운데 분석자료로 쓰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KDI가 결론을 뒷받침하고자 프랑스 사례를 들었는데, 이조차도 정확하지 않았다며, 2000년대 최저임금 인상은 프랑스가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불가피하게 시간당 임금을 조정하면서 생긴 일이지, 갑자기 최저임금을 인상한 게 아니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그것도 외국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기초로 KDI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외국 정책 사례도 부적절하게 사용돼, 분석보다는 용기가 더 돋보인다"고 비꼬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지난 2000년부터 ILO에 근무하면서 근로 시간과 임금, 노동시장 정책 등 주제를 연구했다.

ILO 고용정책국장은 회원국의 고용 정책·고용 서비스·노동시장 정책·직업능력 전망·청년고용 등의 분야에서 정책자문, 비교연구·보고서 발간, 회원국과의 개발협력사업 수행, 국제회의 개최 등을 총괄한다.

[위키리크스한국=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