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단계 밟는 코오롱 ‘황태자’의 경영 습득 방식

2018-06-11     양 동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 상무(34)의 남다른 경영 습득 방식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이른 나이에 주력 계열사 임원으로 투입되는 여타 재벌가 후계자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해 온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회장(62)의 지휘 아래 3세 경영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996년 부친 이동찬 명예회장에 이어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른 이웅열 회장은 이듬해 IMF 외환위기를 맞아 부침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6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15개로 줄이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이웅열 회장은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한 뒤 기존 코오롱 조직문화에 디지털 경영을 접목해 그룹의 변신을 주도했다. 코오롱그룹이 화학·첨단소재, 바이오건설·레저, 패션·유통을 주축으로 하는 성장의 기틀을 구축하기까지 이웅열 회장의 공은 지대했다.

이웅열 회장은 여전히 정렬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이웅열 회장의 장남이자 차기 승계자로 꼽히는 이규호 상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희미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이규호 상무는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흥미로운 건 여타 재벌가 오너 4세들이 주력 계열사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던 것과 사뭇 다른 방식이라는 점이다.

지난 1월 이규호 상무는 리베토의 초대 대표로 임명됐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주거 및 공간을 서비스형태로 제공하는 리베토는 여성전용 셰어하우스 ‘커먼타운’ 관련 사업을 맡고 있다. 리베토의 초기 자본금 15억원으로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에서 분할돼 나왔다. 코오롱글로벌이 전체 지분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코오롱그룹이 드디어 4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선진국형 임대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며 “임대사업은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현상 파악을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재계 관계자들은 코오롱그룹이 승계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웅열 회장이 고등학생 때부터 회사 지분을 보유했던 것과 달리 이규호 상무는 지주사인 ㈜코오롱 지분이 전무한 까닭이다. 더욱이 환갑을 갓 넘긴 이웅열 회장은 별다른 건강 적신호를 드러낸 적도 없다.

오히려 소규모 계열사를 맡게 된 것이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강도 높은’ 경영훈련을 위한 시험대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이규호 상무가 리베토에서 습득하게 될 경험이 기업의 속성을 이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측은 이규호 상무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셰어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셰어하우스가 주거문화의 새 패러다임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규호 상무가 임명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