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가전사 vs 철강사, 공급가격 놓고 첨예한 대립각

삼성 및 LG 가격인하 요구…경쟁사 및 중간 가공센터 활용 철강업계도 무역관세 등 시황 좋지 않아, “봐 줄 여유 없다”

2018-08-01     문 수호 기자
싱가포르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와 포스코 등 철강업계가 강판 공급가격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 업계 간 가격협상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철강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 철강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유독 가전사 공급가격만큼은 오히려 인하된 모습을 보였다.

다른 산업군인 조선용 후판 가격이나 자동차강판의 경우 모두 인상됐지만, 가전사용 공급가격은 올해 상반기 평균 톤당 5만원 정도가 내렸다.

철강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가격인하를 했고 원가 상승 요인이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가격을 올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과 LG 등 가전사는 오히려 가격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과 LG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철강업계와 가전사를 잇는 연계 역할을 하고 있는 가공센터를 통한 가격인하 시도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공센터들은 사급 물량을 취급하기 때문에 가전사와 철강사 간 결정된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가전사에서 가공센터를 통해 가격인하를 통보하면 가공센터 입장에서는 가격이 내려간 만큼 철강업체들에 제품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각 가전사들의 해외법인이 각각 가격인하를 요구하면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해외 가공센터 등을 통해 가격인하 요청을 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경쟁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공급가격을 인하했던 포스코는 하반기 들어 톤당 5만원의 가격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LG전자는 현대제철 측에 기존 가격에 톤당 2만원을 깎아주면 포스코 일부 물량을 현대제철에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최근 자동차 외 가전 부문 등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솔깃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시황 악화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로 수익성이 매우 좋지 않은 가전 부문의 가격을 깎으면서 공급하기가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를 핑계로 가격인하 요구를 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미국에서 있는 연중 최대 할인행사로 이때 많은 양이 판매되는 만큼 대부분의 가전사들이 가격 할인을 요구한다. 실제 제품가격도 할인해 판매하기 때문에 이를 철강업체들에 고통 분담 차원에서 철강제품에 대한 공급가격 할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 측에서는 이러한 가전사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에 나설 참이다. 포스코는 가전사 측에 도금재 등의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동국제강 역시 가전사에 컬러강판 가격을 8월 1일부로 톤당 5만원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가전사들도 최근 세이프가드 등 무역 관세로 인해 철강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 철강제품 가격인상과 함께 철강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문별 사업 평가를 하고 있는 가전사들이 반도체 외 분야에서 수익성 확보에 매달리고 있어 철강업체들에 대한 압박이 쉽사리 사라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사들이 가전제품의 원가 상승에 대한 절감분을 철강 분야에서 상쇄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실제로는 스마트 제품 등 각종 전자기기 장착으로 인해 원가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눈에 쉽게 보이는 철강 제품에서 가격을 깎으려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