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수출효과는 줄었다

국회예정처 보고서…현지 진출·M&A형 투자 증가 영향

2018-09-29     유경아 기자
지난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추이와 행태 변화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연평균 해외직접투자는 2001∼2009년 121억1000만달러에서 2013∼2017년 344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특히 최근 들어 점점 불어나 2016년엔 391억달러, 작년엔 437억달러를 기록했다.

해외직접투자는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자본 이동으로, 해외 자회사 설립, 이미 설립된 회사 인수, 해외 기업에 대한 지분 참여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세계 13위로,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직접투자 잔액 비중은 지난해 23.7%로 사상 최고를 찍기도 했다.

해외직접투자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50%를 넘겼던 제조업 투자 비중은 지난해에는 17.9%로 쪼그라들었다. 서비스업 성장세에 밀리면서다.

법인형태별로 보면 신규법인을 현지에 설립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그린 필드형' 투자 비중은 2013년 76.1%에서 지난해 52.4%로 줄었지만 기존 법인의 지분을 인수하는 M&A형 투자는 23.4%에서 47.0%로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며 기업들이 신기술, 선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향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일본 메모리업체 인수, 삼성전자의 미국 자동차용 전장제조 그룹 인수, 네이버의 일본 로봇제조사 인수 등이 대표적인 M&A형 해외투자였다.

투자목적별로는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며 현지 시장, 제3국 진출을 위한 투자도 가파르게 상승, 그 비중이 2013∼2017년 연평균 67%로 확대했다.

반면 금융위기 이전 30%를 상회했던 저임금 활용을 위한 투자 비중은 최근 5년 연평균 9%로 쪼그라들었다.

M&A형 투자, 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직접투자가 국내에 유발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과거 제조업, 저임금 활용 위주 투자의 경우 국내 생산, 수출과도 보완적인 관계였다.

현지 생산을 위해 필요한 중간재 등을 국내에서 조달하며 국내 생산, 수출도 늘었던 것이다.

그러나 M&A형이나 시장 개척 투자는 이후 국내 생산·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對) 현지법인 수출액을 해외투자 잔액으로 나눠 계산한 직접적 수출유발 효과는 2013년 162.9%에서 지난해 117.4%로 축소했다.

이 같은 흐름을 막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앞으로도 신흥 개발도상국 시장 확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신기술 확보 필요성으로 현지 시장 확보를 목적으로 한 해외직접투자가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해외 보유 자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관련 국내 투자기관의 재무건전성,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